길거리를 지나치다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은 단 한 장의 포스터. 그 안에는 두 남녀가 수줍게 앉아있다. 온통 하얀 배경 위 깃털처럼 가벼워 보이는 발레리나와 어리 숙한 듯 멍한 이 남자. 남자는 어색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두고 경직된 표정으로 앞만 바라보고 있다. 그는 무채색 넥타이와 와이셔츠, 베스트를 깔금하게 차려입고 소개팅에 나온 평범한 남자처럼 보인다.

포스터에서 제목의 발레리나는 확인할 수 있지만 비보이가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가 비보이라는 사실은 통이 넉넉한 바지와 검정색 편안한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마치 형의 옷을 빌려나온 수줍은 대학생 같다.     

발레리나는 짝사랑을 하는 소녀처럼 그런 그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나 비보이는 발레리나의 적극적인 눈빛에도 불구하고,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좀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더구나 그의 다리에 살짝 걸쳐친 발레리나의 치마는 남자를 더욱 경직되게 하는 듯. 그래도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추고 나온 걸 보면 비보이도 발레리나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제 막 사랑을 고백하기 직전의 팽팽한 긴장감과 설렘이 이 두 사람 사이의 하트마크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사랑하면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아마도 이 풍경은 하얗게 멈춰버린 발레리나의 환상인지도 모른다. 그들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것은 오직 얕은 그림자 뿐. 마치 그들은 단 둘이 공중에 떠있는 것 같다. 털털하고 활동적인 소년 이미지의 검정색 운동화와 발레리나의 은은하게 빛나는 슈즈.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진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발레리나의 눈으로 단 한 번에 들어온 비보이... 그녀가 비보이를 사랑하는 방식은? 첫눈에 비보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지고지순한 발레리나의 사랑이야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잠실롯데월드 예술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