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시간보다 춤을 멈춰야하는 날이 더 끔찍하다. 춤, 그것은 열정과 사랑이다. 바로 내 삶 그 자체다!” 

국립발레단 연습실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무용수들은 국립발레단이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롤랑 프티의 작품을 소화하기 위해 자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무용수들 옆에는 그들이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가 있다. 그 중 한명이 롤랑 프티의 수석트레이너 루이지 보니노다. 그는 한국에서 초연되는 롤랑 프티의 작품을 완벽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무용수들과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무엇보다 그들에게서는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보인다. 프로페셔널하며 교육을 잘 받은 것 같다.” 루이지 보니노가 입을 열었다. 

루이지 보니노는 스웨덴 쿨베리발레단과 마르세이유 국립발레단,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발레단의 공연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는 나탈리아 마카로바, 루돌프 누레예프 등 세계적인 무용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무용수이자 수석안무가다. 루이지 보니노는 현재 고령의 롤랑 프티를 대신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롤랑 프티의 안무를 전수하고 있다. 그에 대한 롤랑 프티의 신뢰감은 대단하다. 롤랑 프티는 어느 인터뷰에서 “루이지 보니노가 나다”고 말한 바 있다.  

루이지 보니노가 롤랑 프티를 처음 만난 것은 1975년, 마르세이유발레단의 오디션 장에서다. “그를 보는 순간 나는 특별한 불꽃을 느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춤에 관한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다. 음악성, 정신, 비극, 드라마 등 전부를 갖춘 천재다.” 처음 롤랑 프티 앞에서 루이지 보니노는 늘 긴장하며 소심한, 게다가 유머도 없는 무용수였다. 지금은 동료이자 편한 친구이지만 그는 여전히 롤랑 프티의 제자이며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놀라운 능력은 늘 나를 감동케 한다. 이번에 한국에서 선보일 ‘카르멘’ 역시 오래 전 작품이다. 그러나 누가 이보다 더 모던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카르멘’은 국립발레단이 ‘젊은이와 죽음’, ‘아를르의 여인’과 함께 ‘롤랑프티의 밤’에서 선보일 작품이다. ‘카르멘’은 런던 초연 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년간 공연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초연 당시 카르멘 역의 지지장메르가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춤을 못 추겠다고 했다. 그러자 프티는 그녀의 뺨을 치며 ‘할 수 있다, 정신 차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의 내면을 이끌어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했다.” 루이지 보니노는 당시의 지지장메르를 ‘미친 여자’였다고 표현했다. 

지금 루이지 보니노는 롤랑 프티처럼 무용수들의 내면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와 나의 교육은 같다. 롤랑 프티의 생각과 정신을 그대로 전수한다. 큰 줄기나 흐름의 변화는 없다. 단, 기술적 부분은 시간이 지나며 향상됨에 따라 바뀔 수는 있다.” 현재 국립발레단 무용수들과 함께 ‘롤랑프티의 밤’을 준비하고 있는 루이지 보니노. 그는 자신보다 롤랑 프티의 안무를 소화해 내야하는 무용수들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클래식모던이라고 스타일을 구분하곤 한다. 그러나 롤랑 프티는 그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무용수들이 그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아 힘들 것이다.” 

그는 고된 시간을 이겨내고 한국 관객들과 함께 멋진 밤을 보내길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공연할 ‘젊은이와 죽음’, ‘아를르의 여인’, ‘카르멘’이 스타일은 비슷할지 모르나 긴장감과 드라마는 다 다르다. 롤랑 프티의 이런 대표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다. 그 멋진 밤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이어 관객들에게 말했다. “Benez, Benez, Benez!(오세요, 오세요, 오세요!)” 국립발레단의 ‘롤랑프티의 밤’은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