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여름의 한 가운데다. 피서를 떠나기도 겁날 만큼의 무더위 속에서 태양은 강해지고 우리의 의식은 점점 약해진다. 방학을 맞이한 자녀들은 학원생활의 고단함과 무료함을 넘나들며 ‘즐거운 방학’ 만들어 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렇게 약해져가는 우리의 체력과 정신을 2010년 여름, 공연계가 응원한다. 드디어 한국 초연 개막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여름밤 신선한 낭만을 선사할 발레 ‘호두까기 인형’, 세상을 위한 동화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더위가 없는 꿈의 나라 ‘춘천인형극제2010’까지. 가족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개막하는 장르별 공연들을 모았다. 

[뮤지컬] 어른들을 향한 소년들의 반란, ‘빌리 엘리어트’
2010.08.13~오픈런 /  LG아트센터  

2009년 토니상을 휩쓸며 전 세계에 ‘빌리 신드롬’을 일으킨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국 공연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의 ‘빌리’들은 1년 이상이 걸렸던 ‘빌리 찾기’와 1년 2개월간의 ‘빌리 스쿨’ 트레이닝에 이어 길고 긴 리허설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주인공 ‘빌리’가 극 전체를 이끌고 가야하는 만큼 아역들의 역량이 중요한 이 작품은 현재 공연 마니아들은 물론, 배우 또래의 어린이들에게도 단연 화두다. 또한 대한민국 1대 빌리 임선우(11세)가 세계 최대 규모의 주니어 발레 콩쿠르인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 출전해 Pre-Competitive 부문 금메달을 수상하며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임선우는 “대한민국 1대 빌리로 콩쿠르에 출전해서 더욱 잘해내고 싶었다.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홈페이지 역대 수상자 리스트에 당당히 대한민국 빌리 엘리어트 임선우를 쓸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며 수상 소감을 전한 바 있다. 

2006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개봉한 영국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당시 ‘라이언킹’, ‘아이다’의 음악을 담당했던 세계적인 아티스트 엘튼 존(Elton John)과 극작가 리 홀(Lee Hall)의 만남만으로도 이슈가 됐다. 당연하다는 듯 초연 해인 2006년 올리비에상 9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최우수 뮤지컬상을 포함한 4개의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무엇보다 전국적인 ‘빌리 찾기’를 통해 선발된 3명의 ‘빌리 엘리어트’들이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제 한국의 ‘빌리’들이 비상할 차례다. 

[발레] 한 여름 밤의 크리스마스, ‘호두까기 인형’
2010.08.15~2010.08.22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크리스마스 시즌의 고정 레퍼토리 ‘호두까기 인형’이 여름을 노리고 있다. 미국 오리건 발레단(Oregon Ballet Theatre)이 오는 8월 국내 첫 내한 공연을 갖는 것. 이번 발레 ‘호두까기 인형’ 내한은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전 세계적으로 ‘호두까기 인형’이 공연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무용가이자 안무가 조지 발란신 버전의 국내 최초 무대로 의의를 갖는다. 8월 15일부터 10회에 걸쳐 공연되는 이 작품은 공연계 불황에도 불구, 현재 높은 티켓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공연을 주관하고 있는 기획사 뉴벤처엔터테인먼트 측은 “방학을 앞두고 자녀의 고급문화 체험에 중점을 둔 학부모들의 높은 예매율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조지 발란신은 뉴욕시티발레단 창단 후, 발레단의 재정난을 극복하기위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음악들이 나오는 ‘호두까기 인형’이야말로 가족 타겟으로 최고의 콘텐츠라고 판단, 새롭게 안무해 1954년 처음 무대에 올렸다. 이 공연은 당시 흥행에 큰 성공을 이루었으며 그 이후 미국 주요 도시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전역에서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호두까기 인형’이 무대에 올려졌다.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조지 발란신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이 더위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예고하고 있다. 

[연극] 모두를 위한 동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2010.08.20~2010.09.05 /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동화 백설공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일곱 번째 난쟁이 ‘반달이’의 이야기를 그린 스테디셀러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가 어김없이 찾아온다. 대형뮤지컬 속에서도 꿋꿋하게 롱런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작품은 2001년 초연된 이후 9년간 2,200회 공연, 65만 관객을 동원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난쟁이 ‘반달이’는 전국 100개 도시를 찾았으며 일본, 대만 등 해외에 나가 가슴보다는 머리로 사랑할 것을 호소해왔다. 그 ‘반달이’가 얼마 전 막을 내린 서울공연에 이어 성남을 찾는다. 

이 작품은 어린이극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매년 20, 30대 연인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연극, 가족들과 함께 보고 싶은 연극 등에 1순위로 꼽히며 좀처럼 그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연관계자는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 부분이 크다. 우리와 다르지 않는 난쟁이 ‘반달이’의 사랑이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다”며 “추천을 받고 온 관객들이 많다. 처음에는 가족단위로 찾았던 관객들이 친구 혹은 연인들과 함께 온다.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된 부분이 크다”고 전했다. 모두에게 아름다운 동화가 될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가 심신이 지친 모두를 기다린다. 

[축제] 더위가 없는 인형들의 나라, ‘춘천인형극제2010’
2010.08.09~2010.08.15 / 춘천인형극장, 춘천시 일원 

1989년 시작돼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춘천인형극제’가 당신을 꿈과 동심의 인형나라로 초대한다. 이는 국내외 인형극단과 인형극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세계적인 축제다. 그 명성에 걸맞게 ‘춘천인형극제’는 인형극 및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했다. 춘천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개막퍼레이드를 시작으로 공식 초청 공연(해외 5개국 6개 극단-독일, 프랑스, 벨기에, 러시아, 일본, 국내 4개 극단)과 46개 전문 극단, 28개 아마추어 인형극단 등 국내?외 80여 개 극단들이 참가, 총 180여회의 인형극 공연과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춘천인형극제2010’에서는 전국 28개 아마추어 인형극단이 참가해 실력을 뽐내는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를 펼친다. 또한 작년 ‘춘천인형극제’를 통해 국내 처음으로 소개돼 주목받았던 독일인형극협의회 설립자인 인형극 테라피스트 바바라 슈엘(Barbara Scheel)의 인형극 테라피(심리치료) 워크숍과 강연이 개최된다. 이밖에도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놀이, 참여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하루 동안 대본 작업부터 인형제작, 연기까지 모든 인형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해 작품을 완성하고 무대에서 공연을 해보는 번개인형극, 어린이들이 필요한 물건을 사고팔거나 교환하는 어린이들만의 시장인 어린이벼룩시장 등이 열릴 예정이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