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무대는 인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품으로 가득하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두 명의 배우와 한 명의 연출가가 모여 인도를 여행한 뒤 그 느낌을 고스란히 녹여내 만든 작품이다. 따라서 연극은 마치 여행 가이드처럼 친절하다. 어디에 가면 무엇이 좋고, 싸고, 맛있는지 제목만큼이나 블로그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단순히 젊은 날의 여행을 기록한 여행담이 아니다. 주인공들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서로의 사연에 귀 기울이면서 느끼고 깨닫는다. 사랑의 실연과 청춘의 고민들이 인도라는 낯설고 매력적인 장소를 만나 한층 더 깊게 영글어간다.

청춘여행보고서
우리가 만난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된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전체적으로 붉고 어두운 조명을 사용해 ‘여행’이라는 감성에 맞는 따뜻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대 양 옆은 반짝거리는 비즈 장식과 인도 특유의 패브릭으로 꾸며졌고, 한쪽엔 집시풍의 의상을 입고 묵묵히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악사도 등장한다.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를 사용하는 국가인 만큼 낯설고 이국적이다. 관객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100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가 그들의 여행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건 무엇보다 공감대의 형성이다. 찬영과 혁진이 들려주는 인도 여행기는 마치 달변가의 옛날이야기처럼, 유머러스한 사람의 토크처럼 집중력 있고 유쾌하게 흘러간다. 관객들을 유연하게 끌어들이는 배우들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그들은 관객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지시한다. 관객들은 관찰자가 아닌 그들의 여행의 동반자로서 극에 참여한다.

여행이 끝날 무렵 그들은 ‘내가 왜 이 곳에 왔는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 깨닫는다. 여행은 그들을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젊음이라는 배낭을 자신만만하게 짊어지고 호기롭게 떠나는 여행도 있겠지만 무대 위 주인공들은 저 마다의 아픈 사연이 있어 인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연극은 그들이 체득한 삶에 대한 통찰을 이문세의 ‘옛사랑’과 같은 노래에 담아 흘려보낸다. 통기타 반주 하나에 꾸밈없고 담백한 찬영의 목소리가 무대 전체를 잔잔하게 감싼다.

커튼콜이 끝나면 배우들이 실제 여행했던 사진이 스크린을 통해 슬라이드보기된다. 누군가의 사진첩이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실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와 실제 배우와의 경계가 모호하다. 기억을 되살리는 듯 하는 연기는 수다를 떨 듯 자연스럽고 애드리브나 소위 대사를 ‘씹어’도 무리 없이 넘어간다. 많은 장치가 없어도 관객들에게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