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경악! 혹은 그것을 넘어서는 충격과 두려움. 아는 남자의 변신은 더욱더 무섭다. 전체적으로 내리깔린 흑의 포스터에 눈이 간다. 포스터에 쓰인 색은 딱 세 가지. 흰색, 검은색 빨간색이다. 무채색 위에 살짝 덮여진 빨간색은 늘 돋보이는 법이다. 제목의 빨간색 글씨는 못 본 척 한다 해도 남자의 입술 위 빨간 립스틱을 그냥 지나치고 갈 우리의 정서가 아니다. 남자의 입술에서 눈길이 멈추고 포스터를 한 참을 바라본다.

포스터에는 네 남자의 얼굴이 가득 담겨 있다. 네 남자 모두 얼굴에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있다. 그림자 덕분에 남자의 얼굴은 모두 입체적이다. 그림자는 얼굴의 흑과 백을 명확히 나눠 표정보다 먼저 얼굴의 분위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그림자는 표정 이상의 내면을 바라보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저들의 이야기에는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깊은 어두움과 빛이 숨겨져 있다.

포스터 속 네 명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니 모두 친근하다. 시선을 낚아 챈 빨간 립스틱을 칠한 저 두 남자는 특히 더 낯익다. 얼마 전까지 ‘안중근’으로, ‘모차르트’로 뮤지컬 무대를 수놓았던 인물들 아닌가. 그 옆 슬픈 눈으로 앞을 응시하고 있는 두 남자 역시 익숙하고 반갑다. 다음 행보가 주목됐던 네 배우의 빨간 립스틱과 슬픈 눈은 ‘치명적 사랑’이라는 문구보다 더욱 치명적인 힘을 가진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가 탄탄한 원작의 힘과 네 명의 단단한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돌아온다. 이번 공연은 ㈜악어컴퍼니, ㈜나무엑터스, CJ엔터테인먼트㈜가 준비한 ‘무대가 좋다’시리즈의 일곱 번째 연극이기도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품은 인생의 목표와 관심사, 가정환경 모든 것이 반대였던 두 남자의 변화와 이끌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감옥에서 만난 낭만적인 동성애자 ‘몰리나’와 냉철한 반정부주의자 ‘발렌틴’은 끝내 서로를 이해하고 둘의 관계 속에서 인간애와 사랑을 느끼기에 이른다. 이번 공연에서 ‘몰리나’ 역에는 정성화, 박은태 ‘발렌틴’ 역에는 최재웅, 김승대가 각각 더블 캐스팅돼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두 남자의 치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는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오는 2월 11일부터 4월 1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