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아름답다. 그러나 웬일일까. 그들의 용서를 보고 있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곱디 곱게 키운 두 딸의 두려움을 아버지인들 몰랐을까. 순수하고 정결한 두 딸이 총을 꺼내 든 남자 앞에서 얼마나 떨었을지 얼마나 아팠을지 생각만으로도 고통스럽다. 그러나 아버지는 분노와 원망 대신 용서를 품는다. 용서의 대가가 그를 밤에 잠 못 들게 할지라도 피하지 않는다. 자신의 딸을 죽인 가해자의 집에 찾아가 그들의 가족을 먹이고 되레 위로한다. 이 기막힌 용서의 현장을 관객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위대해 보이나 불편하다. 감정을 삼키고 이성을 매도하고 현실감까지 떨어진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연극은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작품. 7명의 등장인물은 허구이나, 사건은 실제다. 2006년 미국 전역에 놀라움과 논란을 동시에 일으킨 아미시인들의 이야기가 신촌연극제 첫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용서’의 메시지가 주는 위대함과 불편함

연극 ‘아미시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주었던 아미시 마을 실제 총기 사건을 담는다. 미국의 총기 사건 뉴스는 때때로 보도되는 일이지만 일어날 때마다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미국에서 화제가 된 것은 총기 사건이기 때문이 아니다. 아미시 마을의 사건 대처방식 때문이었다. 아미시 마을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한 가해자를 용서한다고 발표한다. 이 엄청난 비극에 위로하며 국민들이 모은 성금 또한 가해자 가족과 나눈다. 아미시인들은 새로운 문명을 완강히 거부한 채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이다. 일상생활에서도 18세기의 검은 모자나 양복을 입고 마차를 사용한다. 특이한 이들이긴 하다. 그러나 이들도 사람인 것은 마찬가지. 어떻게 자신의 딸에게 총을 겨눈 자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 이 발표는 단 번에 화제와 논란의 중심이 된다.

연극 ‘아미시 프로젝트’는 이 논란을 무대화시켰다. 무대화시키면서 작품은 아미시인들이 극 전면에 배치되는 것을 배제하고, 비 아미시인들과 살인범 가족을 집중 조명한다. 연극은 관객들이 진정 궁금해 할 법한 그들의 ‘용서’ 이유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하거나 감정적으로도 이해시키지 않는다. 그 대신 용서를 받아들여야 하는 살인범의 아내와 비 아미시인들의 내면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살인범의 아내 캐롤은 용서의 불편함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소리를 지르고 이상행동을 보인다. 무대 끝에서 무대 끝을 짐승처럼 뛰어다닌다. 얼굴을 무대 전면에 드러낸 그녀는 미친 듯 보인다. 비 아미시인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소리를 지르고, 문을 쾅쾅 거린다. 차라리 욕을 하는 것이 옳다고 외친다. 그렇다. 비 아미시인 관객들 역시 아미시인의 용서보다 그들의 외침이 더욱 이해되고 현실적이다.

이러한 연출은 굉장히 효과적이고 영리했다. 비 아미시인인 관객들 역시 주인공들의 반응에 따라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용서가 익숙하지 않은 세상에서 용서는 이해되지 않는 불편함일 뿐. 이 불편함을 온전히 관객들에게 직면시키기위해 작품은 비 아미시인들의 반응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연극 ‘아미시 프로젝트’는 그 극적 지점에서 아미시인들의 용서를 대응시킨다. 용서의 이유를 밝히기보다, 발버둥 치다 용서와 극적으로 마주한 그들의 변화를 잔잔히 흘려보낸다. 용서는 죄책감과 욕망을 거둬내며, 상처받은 아이의 눈물을 사그라뜨린다.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용서’를 목격하고, 용서가 이뤄낸 위로에 집중하게 된다. 그 위대한 위로 앞에 용서에 대한 논란은 고개를 떨군다. 용서한 아미시인들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으나 용서가 이뤄낸 아름다움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이 용서의 본질이자 이 작품의 힘이다.

연극 ‘아미시 프로젝트’는 극 내내 무대에 빈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무대 가장자리, 천장, 무대 뒤, 배우 동선 모두 이동이 활발하다. 이 곳 저 곳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이 세세하게 펼쳐진다. 한 번도 불이 꺼지지 않는 무대 안에서 극의 전개는 거침없다. 거대한 움직임과 섬세한 표현 앞에 관객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무대와 연출의 모든 것이 메시지를 위해 달려가니 그 힘이 엄청나다. 복수의 시대, ‘용서’를 내면의 변화로 거북함 없이 표출해낸 그들의 섬세한 노고가 아름답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