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늘 수많은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기괴한 유령의 서글픈 사랑이 펼쳐지는 곳이었고, 연극 ‘됴화만발’에서는 기괴한 검객의 외로움이 스친 곳이었다. 하지만 배우와 연출가에게 무대는 ‘삶의 터’이자 또 다른 자신의 인생을 드러내는 ‘창’이다. 이들에게 무대는 작품 속의 인물에게 벌어지는 사건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겪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그 무대를 만들어가는 연습실은 창작진들의 열정이 달궈진 곳이다. 무대 위, 혹은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 배우와 연출가에게는 어떤 재미와 감동의 에피소드가 있었을까.

 

뮤지컬 ‘빨래’
배우 차미연

무대는 아무래도 라이브로 진행되는 무대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종종 발생해요. 다른 친구가 가발을 잘못 쓰고 나와 모두를 웃음바다로 빠뜨렸던 적도 있어요. 그리고 공연 제목이 ‘빨래’라 공연 중간에 실제로 빨래를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무대에 물이 고여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여지없이 엉덩방아를 찧어요. 저는 얼마 전 9차 마지막 공연에서 화려하게 붕~하고 공중에 떠버리기도 했어요.(웃음)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배우 김대현

작품에서 상상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상상 장면을 정말 못해요. 섹시한 장면인데, 작년에는 박명수 씨의 ‘호통 개그’처럼 호통치는 듯이 무난하게 했어요. 그런데 더블캐스팅인 하늘이는 그걸 정말 잘해요.(웃음) 연출님이 하늘이가 하는 걸 보시더니 조금 더 깊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더 이상하게 하라고 하시는 거예요.(웃음) 그 장면에서 부끄러워서 저도 모르게 대사를 아예 바꿔 버린 적이 있어요.

 

연극 ‘국화꽃향기’
배우 배해선

연극 ‘국화꽃향기’에는 멀티맨과 멀티우먼을 맡은 두 명의 배우가 있어요. 이 친구들은 워낙 많은 역할을 짧은 시간에 하다 보니, 연기의 폭도 넓죠. 역할이 급작스럽게 바뀌고 다른 연기패턴을 연기하니까 웃고 울고를 반복해요. 몸에 털이 많아지고 있는 느낌이에요.(웃음) 또, 우리 연습실은 밥을 해먹을 수 있게 돼 있어요. 예쁜 조연출이 팀 전체의 밥을 해 먹였어요. 삼겹살과 쌀, 김치, 깻잎을 준비해서 연습하는 동안 한 상을 차려줬던 게 기억에 남아요. 과일이며 뭐며 챙겨주는데 그 모습이 정말 좋고 재미있었어요.

뮤지컬 ‘렌트’
배우 윤공주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웃음) 늘 재미있어요. 연습 에피소드는 아닌데요. ‘브라이언’ 씨가 사람을 참 좋아해요. ‘브라이언’ 씨 때문에 팀워크가 더 좋아지기도 했고요. 한번은 하우스 파티를 하더라고요. 뮤지컬 ‘렌트’의 배우들을 집으로 초대했어요. 집이 정말 깔끔하고 인테리어도 정말 예뻤어요. 아메리칸 스타일이라 브라이언의 외국인 친구들도 함께하더라고요. 그래서 다 같이 어울려 놀았어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연극 ‘국화꽃향기’
연출가 김동혁

연극 ‘국화꽃향기’의 전체 작품회의를 할 때 결혼생활에 대한 부분에서 의견차이가 있었어요.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 스태프와 아직 미혼인 배우 스텝과의 편이 갈린 것이죠. 미혼인 사람들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꿈꾸고, 결혼한 사람들은 실제 생활은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환상을 빨리 깨야 한다고 논쟁을 벌어지기도 했어요. 결혼생활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각자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죠.(웃음)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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