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겨울, 추운 가슴을 따듯하게 해 줄 따끈따끈한 브로드웨이 최근작 라이선스 뮤지컬이 도착했다. 2008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하고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그해 ‘토니상’에서 ‘음악상’, ‘편곡상’,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브로드웨이에 보랏빛 감성을 입힌 화제작이다.
 

가슴에 상처를 묻고 살지 않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모든 사람의 소망처럼 기쁨과 행복에 겨워 지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랬던 사람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다가오는 ‘어쩔 수 없고, 어쩌지도 못하는’ 말 못 할 아픔과 응어리진 고통으로 주변인에게 슬픔을 안기며 힘겹게 지내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처럼.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한 가족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때로는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가족과 사회 구성원 중 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세상 모든 가족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봐야 할 뮤지컬이 ‘넥스트 투 노멀’이다. 새삼 가족과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쇼 뮤지컬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끼게 한다. 작품에는 십수 년째 우울증과 과대망상증으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어할 수 없는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엄마 ‘다이애나’와 그런 그녀를 수발하고 위로하며 이해하려는 아버지 ‘댄’, 어릴 때부터 엄마의 관심과 사랑에 늘 소외당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삶에서도 고립된 사춘기의 막바지인 딸과 그의 남자 친구, ‘다이애나’의 의식과 무의식에서 존재하는 죽은 아들과 그녀의 상태를 치유하는 의사까지 단 6명이 등장한다. 작품은 그야말로 탄탄하고 치밀한 드라마 구조와 거기에 6명의 배우 모두 고른 기량과 열연으로 빛을 발했다.

7명의 라이브 연주자가 함께하는 무대 세트는 브로드웨이 초연 그대로를 공수해 왔다. 3층 구조의 철제 무대로 영리한 기능성과 시크한 세련미가 탁월한 무대 미장센을 선보였다. 특히, 캐릭터와 의식의 단절, ‘다이애나’의 내적이며 심리적 이미지를 외형적으로 표현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어도 또는 어떤 사회적인 집단의 구성원이어도 소통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갇힌 공간 즉, 융화되지 못하고 각자의 치유되지 않은 아픔을 갖고 단절된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이미지들이 드라마의 흐름과 캐릭터의 정서적 상황에 맞게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됐다. 전체적으로 관통되고 조합되는 구조적인 구성의 콘셉트를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배우들의 등장, 퇴장과 드라마의 장면과 상황에 맞는 치밀하게 계산된 조명의 효과와 무대 전환, 배우들의 동선에서 느끼는 다이나믹한 에너지와 고통이 엉키고 어우러져 근래 보기 드물게 극적 상태와 정서가 살아 있어 모든 부문이 유기적이며 세련되게 관통하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무엇보다 2009년 ‘토니상’에서 ‘음악상’과 ‘편곡상’을 수상한 록을 포함한 컨트리 팝, 발라드 등의 드라마와 캐릭터에 맞는 정서와 그 상황에 적합한 다양한 음악의 향연은 때로 폭발할 듯, 때로는 흐느끼듯이 읊조리며 어느새 스며들었다. 마지막 삶의 여행 가방을 들고 떠나는 다이애나의 뒷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고 그 여운은 울컥하는 뜨거움으로 치밀고 와서는 오래도록 긴 잔향으로 머무르게 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품을 보는 동안 이러한 종류의 작품을 계속해 공수해오는 ‘뮤지컬 해븐’의 ‘박용호’ 대표가 한국 뮤지컬계에서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박용호’ 대표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를 비롯한 ‘쓰릴 미’, ‘스프링 어웨이크닝’ 이번에 소개한 ‘넥스트 투 노멀’까지 대중적인 쇼 뮤지컬이 아닌 사회적인 현상을 들춰내며 음악성과 작품성이 뛰어난 일련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 뮤지컬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 대한 안목과 뚝심에 새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공연은 11월 18일부터 2012년 2월 1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