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를 꿈꾸는 스물다섯 청춘, 정주리. 얼마 전 SBS ‘기적의 오디션’에 출현해 이젠 대중들에게 낯익은 얼굴이 되었다. 그녀는 배우가 되기 이전 거울에 비친 열정 없는 자신의 모습을 두고 “마치 노인과 같았다”고 말한다. 부모님의 기대와 그동안의 모든 이력을 내려놓은 채 그녀는 이제 배우라는 새로운 꿈과 희망을 쫓고 있다. 최근에 연기한 연극 ‘청춘, 달동네에 살다’에서의 역할은 마치 그녀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오기 시작해 모든 것이 즐겁고 흥미로운 신인배우 정주리. 그녀에게 신인배우로서의 삶과 앞으로의 꿈에 대해 들어봤다.

 

Q.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 꿈은 배우가 아니었다. 엄마 아빠의 기대에 맞춰 살아오다가 수능점수에 맞춰 간호학과에 들어갔다. 간호사가 돼서 서울대 병원까지 들어가게 됐고 1년 반 동안 열심히 일했다. 환자들에게는 ‘친절간호사’로 통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카페에 앉아서 문득 내 모습을 생각했다. ‘지금 내 나이가 몇 살이지? 기분이 어떻지? 상태가 어떻지?’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거울을 보게 됐다. 거울 속에 있는 내 모습이 도저히 스물다섯으로 보이지 않았다. 열정 하나 없는 늙은이가 앉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내 나이 스물다섯에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다섯이 다시 오는 것도 아닌데….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겠다!’ 하는 확신이 들면서, 그때 결심을 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나 뮤지컬 배우 해야겠다’라고. 부모님께서는 처음엔 매우 놀라셨다. 그러다가 지금은 지원까지는 아니어도 많이 응원해주고 계신다.
 
Q. 특히 닮고 싶거나 존경하는 배우가 있나?

 

모두 존경하지만 특히 ‘하지원’을 좋아한다. 그녀는 팔색조 같은 매력이 있다. 드라마 ‘황진이’에서의 단아하고 아름답고 꽃 같은 모습, 그리고 ‘시크릿 가든’에서의 최고의 여전사 같은 그런 모습을 닮고 싶다. 배우란 게 원래 캐릭터에 따라서 180도 변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 ‘하지원’을 보면 그런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늘 굉장히 에너지가 넘친다. 여자로서 예뻐 보이고 싶을 만도 한데, 모든 걸 던져서 극에 몰입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배우고 닮고 싶다.

 

Q. 얼마 전에 ‘청춘, 달동네에 살다’라는 작품을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 맡은 캐릭터와 연기하면서 느낀 점은?

 

나름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큰 역할을 맡았다. 운 좋게도 주인공을 맡았다. 연극 ‘청춘, 달동네에 살다’는 달동네에 사는 여섯 명의 청춘들이 각자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한다. 저마다 고민과 상처들이 있고, 그 가운데 꿈과 희망이 있다는 내용이다. 결국 연극은 그 꿈과 희망을 보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의도를 가진다. 그래서 연기를 하는 내내 관객들이 ‘우리 모두 청춘이 있고, 힘들어도 좋은 때가 있다’라는 걸 느꼈으면 했다. 또 하나는 평소에 스스로 목소리가 작다고 생각했었고 그게 콤플렉스였는데, 공연을 하면서는 에너지 넘치고 목소리가 크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잠재력이 있다는 걸 느꼈다. '확실히 연극은 에너지구나', '그 많은 사람들을 압도할 에너지가 굉장히 중요하구나' 그런 걸 느꼈다. 그리고 무대에 올라가서 공연하는 게 정말 짜릿했다. 관객들에게 받는 환호와 눈빛, 이런 것들에 정말 전율이 오더라.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었다.
 
Q.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정주리 씨에게 뮤지컬 배우란 어떤 의미인가?

 

지금은 내 삶의 전부가 되었다. 사실 지금 모든 걸 다 던지고 이것에 매진 중이다. ‘서울대병원 간호사’라는 큰 타이틀도 버렸다. 사실 그 뒤에 제약회사도 들어가서 인정도 받고 승진도 했었는데 그런 것들을 다 내려놓고 왔다. 지금은 그냥 행복의 가치가 바뀐 것 같다. 그리고 이게 오히려 좋은 것 같다. 지금은 내가 그전에 가졌던 모든 걸 잊어버릴 만큼, 다 덮을 수 있을 만큼 ‘배우’라는 게 내 인생의 모든 게 돼버렸다.

 

Q. 배우로서 자신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배우는 우선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배우는 삶을 표현하는 것이다. 김갑수 선생님께서는 ‘사람이 먼저 되고,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다른 것들은 모르겠지만, 마음 하나만은 건강하다. 나 자신을 매우 사랑한다. 여러 가지 많은 모습이 보인다는 말도 꽤 많이 들었다. 어떤 때는 수줍은 소녀처럼 변하기도 하다가, 어떤 때는 도도하고 섹시한 전지현 같은 느낌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리고 매우 활동적이다. 배우는 에너지가 넘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뎌 한다. 운동도 굉장히 좋아한다. 이런 점들이 배우로서 장점이 되지 않을까.

 

 

김나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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