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김아선에게 좋아하는 넘버를 묻자 금방 대답이 돌아왔다. “뮤지컬 넘버 중 ‘지킬앤하이드’의 ‘In His Eyes’를 좋아해요. 작품에서는 엠마와 루시의 듀엣곡이지만 저는 혼자 불러요. 겹치는 구절이 얼마 안 되고 주고받고 노래라 혼자 부를 수 있거든요. 이벤트나 콘서트를 하게 되면 그 노래를 자주 해요. 결혼식 축가로도 하고요. 정말로 사랑하는 곡이에요. 처음 뮤지컬 시작해서 가장 처음 배운 곡도 이 음악이었어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한국에 들어오기도 전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애정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기자의 수다 : 여자 듀엣 사상 이렇게 아름다운 곡이 있었던가

‘지킬앤하이드’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지금 이 순간’이다.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고 신께 기도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음악은 뮤지컬 관객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처음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봤을 때 가장 마음을 흔들었던 곡 역시 ‘지금 이 순간’이었다. 가장 익숙했던 곡이었고 고대했던 곡이었다. 뮤지컬배우의 남다른 성량으로 듣는 ‘지금 이 순간’은 ‘전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2막을 보던 중 생각지도 못한 곡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곡이 바로 ‘In His Eyes’다.

‘In His Eyes’는 지킬의 약혼자 엠마와 다정한 그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 루시가 부르는 듀엣곡이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불러 많은 대중이 알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곡은 이야기와 결합했을 때 훨씬 더 큰 감동을 낳았다. 뮤지컬 ‘지킬앤 하이드’의 2막에 등장하는 이 곡은 성악을 기본으로 한 엠마의 아름다운 소리에 시원스럽게 뻗어 나오는 강렬한 루시의 소리가 어우러진다.

한 남자의 눈에 빠져들고만 두 여자의 설레는 마음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잘 어울렸다. 특히, 점점 고조되는 엠마의 노래 사이에 퍼져 나오는 루시의 폭발적인 가창과 함께 두 인물의 목소리가 한 데 합쳐져 노래하는 대목의 울림은 ‘지금 이 순간’에 뒤지지 않았다. 지금도 누군가 뮤지컬음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지체 없이 소개하는 음악 중 하나가 바로 ‘In His Eyes’다.

‘In His Eyes’는 : 한 남자의 눈에 사로잡힌 두 여자의 사랑 노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속에서 엠마와 루시는 지킬과 하이드를 대비시키는 강력한 매개체다. 엠마는 귀족 집안의 딸로 지킬의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면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루시는 ‘거리의 여자’로 지킬의 욕망과 본능을 일깨우는 역할이다. 루시는 지킬의 정중하고 신사적인 모습에 반하지만 하이드의 야성적인 매력에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것을 거부하지 못한다.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지킬의 모습은 엠마와 루시를 통해 더욱 부각된다.

루시와 엠마는 지킬이라는 캐릭터 부각외에도 작품 전체의 위기와 절정을 상승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In His Eyes’는 지킬을 사랑하게 된 두 여자의 설렘과 벅찬 마음을 보여줌으로서 이후에 나타날 이들의 비극을 더 비극적으로 만든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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