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만을 위해 수정 거쳐 무대 올라

‘라 바야데르’는 1877년 프랑스 출신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러시아 황실을 위해 만든 작품이다. 이후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1991년 볼쇼이발레단을 위해 재해석했다. 이번 공연은 현재 볼쇼이발레단에서 공연하고 있는 ‘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 버전에서 국립발레만만을 위해 약간의 수정을 거쳐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작품은 회교사원의 무희 니키아와 그녀와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한 전사 솔로르, 왕후의 딸 감자티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이야기다. 원작은 5세기경 인도의 시인이자 ‘인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칼리다사’의 대표작인 ‘샤쿤탈라’다. 대본은 ‘샤쿤탈라’를 기반으로 ‘세르게이 쿠데코프’와 ‘마리우스 프리파’가 공동 작성했다.

작품은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화려한 무대와 120여 명의 무용수, 200여 벌의 의상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급 무대로 꾸며진다.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의 ‘라 바야데르’는 다른 버전과 순서가 다를 뿐 아니라 ‘솔로르’의 독무에서는 음악도 다른 곡이 사용된다. 전사의 모습이 부각돼 동작이 크고 근엄하다.

이번 공연은 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국립발레단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스파르타쿠스’, ‘라이몬다’,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무대에 올렸다.

2013년 ‘라 바야데르’는 2011년 국립발레단 ‘지젤’의 무대, 의상 디자인을 담당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텔리’에 맡아 눈길을 모은다. ‘루이자 스피나텔리’는 2011년 국립발레단의 ‘지젤’ 무대와 의상 디자인한 바 있다. 유럽의 오페라와 발레 무대에서 명성이 높은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버전으로 사랑받은 ‘라 바야데르’

‘라 바야데르’는 1830년 ‘필리포 타길리오니’가 괴테의 시에서 소재를 얻어 같은 이름의 오페라 발레를 만든 것이 시초다. 40년 후 당시 러시아 황실 발레단의 마스터로 있던 ‘마리우스 프티파’가 오페라 발레의 동양적 요소에 끌려 3막 5장의 발레로 완성했다. 작품은 ‘마리우스 프티파’의 특기인 스펙터클한 양식과 동양적 정서, 드라마틱한 내용, 고전적인 안무가 특징이다.

‘라 바야데르’는 ‘마리우스 프티파’의 버전을 토대로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3막의 ‘망령의 왕국’을 끝으로 장식하는 ‘차부키아니 버전’, ‘세르게예프 버전’, ‘누레예프 버전’과 2막을 ‘망령의 왕국’으로 구성하고 3막을 ‘솔로르’와 ‘감자티’의 약혼식과 사원의 붕괴를 끝으로 장식하는 ‘마카로바 버전’, ‘솔로르’의 독백으로 색다르게 마무리되는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이 있다. 이는 ‘지젤’의 마무리와 흡사한 점이 있어 ‘라 바야데르’를 ‘지젤’의 ‘동양 버전’이라고도 하기도 한다.

18년 만에 공연되는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국립발레단은 1995년 국립극장 시절 ‘라 바야데르’를 공연한 바 있다. 재단법인 출범 이후 공연하지 않다가 18년 만에 오르는 무대다. 이번 공연에서는 작품의 백미로 꼽히는 32명의 무용수가 선보이는 군무를 국내 최초로 전원 전문무용수로 채워 선보인다.

이번 공연이 특별한 이유가 또 있다. 18년 전 ‘솔로르’ 역으로 무대에 섰던 김용걸이 이번 공연에서 ‘브라만’ 역으로 다시 출연한다. 김용걸은 1995년 국립발레단 입단 첫해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역을 맡았다. 그는 “그때는 어린 나이라 다른 등장인물에 대한 관심이나 중요도를 느낄 수 없었는데 18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여러 감정을 표현해 내는 ‘브라만’이라는 역할이 눈에 띄었고 그의 삶을 연기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