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국내 뮤지컬 시장의 규모는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영화시장(1조 2,000억원)의 1/4 수준이다. 뮤지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보다 20% 성장한 수치이며, 뮤지컬 시장은 2011년까지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0~20%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처럼 국내 뮤지컬 산업은 경제 불황 속에도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전성기’라 할 만큼 공연들이 앞 다퉈 막을 올린다. 5월에 라이선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스팸어랏’이 오른다. 하반기에는 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 ‘스칼렛핌퍼넬’, ‘하이스쿨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고스트’가 공연 예정이다. 11월에는 작년 내한공연으로 큰 성공을 거둔 뮤지컬 ‘위키드’가 라이선스 뮤지컬 버전으로 무대에 오른다.

4월에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막을 올린다. 수많은 뮤지컬들의 경쟁 속에서 이 두 라이선스 뮤지컬의 마케팅 동향은 어떠할까.

높은 작품성으로 공연향유층을 공략한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작품성과 전달력에 포커스를 맞췄다. 작품은 한국에서 공연되기 전부터 ‘좋은 작품’이라는 입소문을 타며 많은 기대를 불러 모았다.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토니어워즈에서 상을 휩쓸었고, 2010년에는 퓰리처상의 드라마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닌 단단한 대본과 매력적인 음악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작품은 전체를 아우르기 보다는 수준 높은 작품을 원하는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 공연 제작사인 뮤지컬해븐 홍보담당자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20대 후반에서 40대까지의 여성이 타깃이다. 기존 공연향유층 중 더 특별한 작품을 원하는 관객을 위한 작품”이라고 전했다. 

작품은 ‘가족 간의 소통’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작품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풀어나간다. 작품은 겉으론 정상으로 보이지만 각자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이들이 여러 문제를 겪으며 서로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홍보담당자는 “이 작품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나’, ‘내 가족’의 이야기다. 여성을 위한 뮤지컬로, 여성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뮤지컬이다”라고 설명했다. 

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학과 이유리 교수는 2011년 최고의 뮤지컬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을 꼽은 바 있다. 이유리 교수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한국 뮤지컬에서는 보기 어려운 소재와 주제를 선택했다. 작품은 ‘가족’, ‘가정’, ‘한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를 추격하면서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본질을 다루고 있다. 라이선스지만 작품이 가진 정서가 한국 관객 정서에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은 음악이다. 작품에서 음악은 이야기의 전개와 극적 갈등에 힘을 실어준다. 개별적인 곡의 매력도 뛰어나 몰입도를 높인다. 이유리 교수는 “이야기를 구축하는 음악과 이야기가 상당히 치밀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평했다.

2013년 공연은 초연 당시 함께했던 연출가 변정주, 안무가 박은영, 음악감독 이나영 등이 다시 합류해 탄탄한 호흡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1년 한국 초연은 박칼린, 김지현, 남경주, 이정열, 최수형, 한지상, 최재림, 오소연 등 국내외로 잘 알려진 뮤지컬 스타들과 신예들이 함께해 화제를 모았다. 2013년 공연은 지난 시즌 공연의 감동을 함께한 초연 배우들과 함께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했다.

브로드웨이의 대표 뮤지컬과 한국의 수퍼스타가 만나면?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수퍼스타)는 1971년 브로드웨이서 초연됐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의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뮤지컬 ‘아이다’, ‘라이온 킹’의 ‘팀 라이스’가 함께한 작품이다. 지저스의 마지막 순간을 도발적으로 해석해 록 오페라 스타일의 뮤지컬로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사랑받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와 같이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 뮤지컬 명작 중 하나인 만큼 이 작품의 관객 타깃층은 넓다. 공연 제작사인 설앤컴퍼니 홍보 담당자는 “관람연령대가 매우 폭넓다.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았고, 국내에서는 6년 만에 찾아온 공연인 만큼 반드시 봐야 할 정석과도 같은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작품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홍보담당자는 “앤드루 웨버의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 뿐 아니라 윤도현, 마이클 리, 박은태, 한지상, 조권 등 국내의 수퍼스타들이 모인 공연인 만큼 20, 30대 여성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도현은 신인시절인 16년 전, 그는 이미 유다 역으로 한차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뮤지컬 ‘수퍼스타’의 기자간담회에서 “그때는 뮤지컬에 대해 이해를 못 한 상태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16년 전에는 ‘노래를 잘 소화해야겠다’는 것이 작품을 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끝나고 나니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 16년 동안 스스로도 많이 변했고, 성경도 알게 됐다. 언젠가는 다시 해보고 싶었다. 이번 작품에는 ‘좀 더 깊은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스스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수퍼스타’가 자랑하는 매력은 무엇일까. 홍보 담당자는 “음악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다시는 쓸 수 없을 음악’이라 할 정도로 그의 천재적 감수성이 가장 두드러졌던 작품이 바로 뮤지컬 ‘수퍼스타’다. 자신이 쓴 가장 고난도의 음악이라고 말한 ‘Gethsemane(겟세마네)’를 비롯, ‘Haven on their Minds(마음 속의 천국)’, ‘Superstar(수퍼스타)’, ‘I don’t know how to love him(어떻게 사랑하나)’ 같은 명곡을 실력 있는 배우들의 무대로 만날 수 있는 게 가장 매력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의 음악적 면에 많은 공을 들일 예정이다. 아티스트 정재일이 편곡에 참여해 다양한 장르 색을 드러내고, 원작의 에너지를 증폭시킬 계획이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 일렉트로닉한 사운드와 함께 라이브 록 밴드의 연주로 꾸며진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뮤지컬해븐, 설앤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