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구텐버그’는 몇 년 전부터 국내 뮤지컬계 화두 중 하나였던 ‘리딩 공연’ 형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작품화한 참신한 시도의 작품이다. 무대는 리딩 공연의 특징인 최소한의 세트와 소품으로 작품의 모든 것을 해결한다. 심지어 작가 겸 연출자, 작곡 및 작사가로 분한 배우들도 창작자가 그대로 실행한다는 콘셉트다.

작품은 인쇄기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구텐버그’의 꿈과 직접 쓴 작품이 브로드웨이에 올라가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신예 작가들인 ‘버드’와 ‘더그’의 이야기이다. 동시에 모든 시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갖고 있는 자기만의 꿈에 대한 이야기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이 세상, 꿈꿀 수 있는 그 누구나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설렘을 주는 작품이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극중 언급되는 상상력과 가능성, ‘도와준다’는 말이 어느새 관객의 몫이 되게 한다. 작품의 마지막엔 그들이 그렇게도 원하는 꿈을 함께 이루어냈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배우의, 배우를 위한, 배우에 의한 작품이기도 하다. 두 명의 배우는 리딩 작품의 콘셉트를 유지한 채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들을 오로지 소품인 모자로만 소화한다. 작품은 ‘그랬다 치고’ 식의 연기가 아닌 혼신의 힘과 뛰어난 기량으로 멋지게 역할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들이 있어야 비로소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초연 배우의 캐스팅(‘버드’의 송용진과 장현덕, ‘더그’의 정상훈과 정원영)은 그동안 신뢰했던 것보다 더 탁월했다. 이들은 배우 그 이상의 기량으로 활력과 에너지로 무대를 가득 채웠으며 보는 내내 흡족한 미소를 짓게 했다. 때문에 모든 역할로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창작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거나 실행하고자 하는 모든 창작자들, 또한 배우를 꿈꾸는 모든 지망생들과 학생들, 기성 배우에게도 워크숍 공연이나 앙코르 공연에 도전해보도록 권하고 싶다. 작업하는 동안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연을 보고 나면 다시 뛰고 싶게 하는 싱그러운 바람처럼 기분 좋은 자극이 밀려온다. 잠시 묻어뒀거나 멀어져갔던, 무모했던 것 같은 꿈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포기했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과 자신감으로 다시 심장이 뛸 수도 있다. 삶과 일상에 지친 이들이 다시 뛸 수 있게 하는 청량제와 에너지원 같은 작품의 탄생이다.

1차 공연은 많은 분들의 호응 속에 어떤 대극장 뮤지컬보다도 열렬하게 마무리가 이뤄졌다. 차후 새로운 상상력과 기발한 창의력의 작품으로 거듭나서 누구나 꿈을 실현하는 기분 좋은 공연이 되어 오래도록 지속하길 기대해 본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박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