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계 미국인 안드레이 서반
창극 '춘향가'로 전통장르 도전
"제의받고 '촉'이 와…세계인 감동할 보편적 주제 매력"

루마니아계 미국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사진=국립극장).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외국인 연출가가 한국의 전통장르인 ‘창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40여년간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루마니아계 미국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71)이다. 서반은 오는 11월 20일부터 12월 6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춘향가’(가제)의 연출을 맡았다. 오페라를 제외한다면 특정 국가의 전통 장르 연출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반은 “20여년 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이 특별했던 것이 기억난다”며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반은 주로 셰익스피어와 체호프 또 그리스 비극과 같은 고전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현대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1997년 연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가지고 처음 내한했고, 지난해에는 연극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를 국립극장에서 공연해 찬사를 받았다.

서반이 처음 연출 제안을 받았던 건 ‘흥보가’였다. 동화 같기도 하고 비현실적인 요소도 있어 협력연출가인 아내와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작품을 정중히 사양했던 그에게 다시 건네진 작품이 ‘춘향가’. 서반은 극을 읽고 “촉이 왔다”고 했다. “아마도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최고를 고르지 않았나 싶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춘향가는 한국사람뿐 아니라 전 세계 어떤 사람이 들어도 감동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사랑은 물론이고 유혹과 부패에 맞서는 한 여인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또 변사또의 모습을 통해 부패한 정부나 사회정치적인 상황들도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서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관객과의 소통이다. 그가 현대화 작업에 매달려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오페라나 판소리 모두 형식은 달라도 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생동감을 가지고 있다. 고대의 형식을 취한 장르라고 해도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고 현대의 관객을 끌어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판소리도 문을 활짝 열어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십년간 연출을 해온 그이지만 낯선 창극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판소리 자체가 고어로 쓰여 있는 데다 음악 자체도 대중적이지 않아 익숙해지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관객들이 기존 ‘춘향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본다면 깜짝 놀랄 작품이 될 것”이라며 색다른 ‘춘향가’의 탄생을 예고했다. “셰익스피어의 극을 보더라도 비극에서조차 반드시 따라오는 게 바로 유머”라는 서반은 이번 ‘춘향가’에도 상당히 많은 유머를 넣었다고 귀띔했다.

“서양사람의 입장에서 한국 전통이야기를 하는 거라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양의 것을 봤다는 느낌이 아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할만한 그런 극을 만들고 싶다.”

▶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 신문 PDF바로보기‘
▶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2.0’
▶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고객상담센터 1666-2200 | 종목진단/추천 신규오픈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