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전
폴 매카트니 첫 부인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따뜻한 가족일상·1960년대 풍미한 뮤지션 모습 담아
내년 4월 26일까지

린다 메카트니 ‘메리, 폴 그리고 헤더’. 폴 매카트니가 스코틀랜드의 목장에서 딸 메리, 헤더와 함께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포착했다. ⓒ 1970 폴 매카트니(사진=대림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롤링 스톤즈, 도어즈, 지미 핸드릭스, 에릭 크랩튼, 사이먼 앤 가펑클. 20세기를 대표하는 뮤지션이 기꺼이 경계심을 풀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아예 자신의 나신을 보여준 스타도 생겼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71)다. 카메라는 폴 매카트니가 존 레넌과 함께 작업하던 모습은 물론 어린 아들과 거품 목욕을 하며 행복해 하는 가장 사적인 일상까지 담아냈다. 누가 카메라를 들이댔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1941년 뉴욕에서 태어난 린다 루이스 이스트먼은 1960년대 중반부터 유명 뮤지션들의 모습을 담는 전문 사진작가로 각광받기 시작한다. 미모를 자랑하던 린다는 숱한 뮤지션의 마음을 흔들어놨다. 그중에는 폴 매카트니도 있었다. 1967년 린다는 책에 쓸 사진을 찍기 위해 런던에서 비틀즈를 만났다. 린다의 카메라에 에비 로드를 걷는 비틀즈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포착됐다. 존 레넌과 골똘하게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폴 매카트니의 모습도 찍었다.

폴 매카트니는 열정적이면서도 섬세하고 유쾌한 분위기의 린다에게 반했다. 이윽고 린다는 1969년 성을 바꿔 린다 매카트니가 되기로 했다. 폴 매카트니의 아내가 된 것이다. 폴 매카트니는 초혼이었고 린다는 싱글맘에 재혼이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내년 4월 26일까지 열리는 린다 매카트니의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전은 폴 매카트니의 전 부인이자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잡지 ‘롤링 스톤’의 커버사진을 찍은 최초의 여성 사진가인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 200여점을 볼 수 있는 전시다. 린다 매카트니는 폴 매카트니와 결혼 후 가족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촬영하며 사진가로서의 작업을 계속했다. 덕분에 세계적인 슈퍼스타인 폴 매카트니가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혹은 뮤지션의 동료로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담아낼 수 있었다. 나아가 평소 자신이 관심을 갖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셔터를 눌렀다.

린다 매카트니 ‘애비 로드의 비틀즈’. ⓒ 1969 폴 매카트니(사진=대림미술관).

이번 전시에서는 ‘가족의 일상’ ‘자화상 에필로그’ ‘사회에 대한 시선’ ‘린다의 효과’ ‘1960년대 연대기’ ‘후기 작업’ 등 총 6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전시장 초입에서 만날 수 있는 ‘가족의 일상’에서는 폴 매카트니가 비틀즈 해체 후 스코틀랜드 농장에 머물던 시기의 사진이 많다. 30대의 그가 수영장에서 다이빙하는 익살스러운 모습이라던가 아이들과 말을 타는 모습, 옷을 벗은 채 농장 창고 바닥에 누워 어린 딸을 가슴 위에 올려둔 사진 등 슈퍼스타가 아닌 한 가정의 아버지, 남편으로서의 행복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1960년대 연대기’에는 지미 핸드릭스가 하품하는 모습 등 1960~70년대 최고 뮤지션들의 소탈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동물보호와 채식주의에 관심이 많았던 린다의 세계관이 투영된 ‘사회에 대한 섹션’에서는 유명인의 아내이기 이전에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한 사진작가로서 린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대림미술관은 전시를 위해 지난 3년간 린다 매카트니 재단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아시아에서 첫 전시를 할 수 있었다. 재단에서 사진을 골랐고 세세한 부분까지 협의를 거쳤다. 올해 내한공연을 준비했다가 취소한 폴 매카트니의 동영상 인사도 받아왔다. 여기서 폴 매카트니는 “린다와의 수많은 시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면서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림미술관 관계자는 “전시에는 폴 매카트니를 비롯해 딸인 메리와 스텔라 매카트니도 참여했다”며 “젊은 여성에게는 롤모델로서 린다 매카트니의 삶을 제시하고 중·장년층에게는 폴 매카트니와 비틀즈, 1960년대 뮤지션을 추억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린다 매카트니는 1998년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폴 매카트니는 린다 매카트니의 이름을 딴 유방암 연구기금으로 200만달러를 기부하며 아내의 죽음을 기렸다.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02-720-0667.

린다 매카트니 ‘지미 핸드릭스의 경험’. ⓒ 1967 폴 매카트니(사진=대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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