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현란한 조명이 색을 바꿔가며 무대와 객석을 비췄다. 빠른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아니었다. 지난 11월30일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극장에서 열린 김동률의 전국투어 콘서트 ‘동행’ 고양 공연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김동률의 콘서트에는 ‘빛과 소리의 향연’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번 전국투어 ‘동행’은 특히 빛의 향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동률의 음악적 매력은 이미 유명하다. 지난 10월1일 발매한 정규 6집은 당일 음악 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는 물론 수록곡들의 소위 줄 세우기도 했다. 방송 활동 없이 타이틀곡 ‘그게 나야’는 KBS2 ‘뮤직뱅크’ 1위를 차지했다. 소리의 향연은 김동률의 공연 티켓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발라드 위주의 솔로 가수, 무게감이 느껴지는 중저음의 보이스 등은 단조로운 공연을 예상하게 만드는 요소다. ‘빛의 향연’이 그런 선입견을 깨게 만들고 있다. 김동률은 이번 공연 중간에 빠른 비트의 ‘퍼즐’ ‘점프’ 무대를 연이어 마련하고 클럽 사이키 못지않은 현란한 조명을 더해 아이돌 그룹의 공연과 비교해도 뒤질 게 없는 신나는 분위기를 선사했다.

시간여행을 연상케 한 구성은 관객들을 공연 깊숙이 빠져들게 했다. 김동률은 정규 6집 수록곡 ‘고백’과 2010년 발매한 베란다프로젝트 1집 수록곡 ‘트레인’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김동률은 정규 6집의 ‘청춘’과 베란드프로젝트 1집 ‘괜찮아’, 2001년 3집 타이틀곡 ‘사랑한다는 말’, 정규 6집 ‘내 사랑’으로 공연을 이어가며 관객들을 자신의 현재와 과거로 이끌었다. 이날 김동률은 관객들에게 “재작년(2012년) 투어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와 같이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표정들이었다. 내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기뻤다”고 했는데 이를 이번 투어에 적용했다는 게 곳곳에서 묻어났다.

“남자 관객들의 표정이 과거보다 많이 온화해졌다. 마음에 들었다면 나가면서 사인CD 하나씩 구매해 달라”는 농담에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후배 존박이 게스트로 등장하면서 관객들의 환호성이 높아지자 “함성의 데시벨이 나에 대한 것과 다르다. 나도 어려서 선배들 공연에 게스트로 나가면 잘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아름다운 대물림이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해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김동률은 2부에서 히트곡 ‘취중진담’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연이어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김동률은 “사람들이 이번 공연의 트리플악셀 구간이라고 부르면서 내게 안넘어졌냐고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인가 공연에서 ‘취중진담’은 한번쯤 빼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안돼요”를 외쳐 이 노래에 대한 사랑을 대변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포토존에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는 등 여운을 즐겼다. 일요일 밤, 다음날 출근에 대한 부담에도 아랑곳없었다.

김동률은 오는 6일과 7일 전주 공연으로 이번 투어를 이어간다. 부산, 성남, 광주, 고양 공연을 마쳤고 서울, 대구, 대전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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