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여름>
젊은 연극인들의 열정이 후끈하다. 작지만 알차다. <서울사람들> <호랑이를 부탁해> 등 참신한 소재, 가볍지만은 않은 시선 등을 바탕으로 창작 무대를 꾸준히 선보여온 창작집단 라스(LAS)가 또 한 편의 참신하고 푸르른 작품을 공연 중이다. 한송희 작, 신명민 연출 <미래의 여름>은 발랄하고 깜찍(?)한 국민학생 미래가 여름방학 때마다 찾았던 아빠의 고향, 그곳에 살던 고모와 얽힌 일을 미래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남다른, 가슴 찡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미래의 여름’이 큰 줄기지만 1994년을 추억하게 하는 ‘금성전자’, ‘별밤’, 만화잡지 ‘댕기’ 등을 만나는 것도 반갑고 사루비아 꽃잎 뒷꼭지에서 꿀 빨아 먹고 물수제비 뜨며 노는 정겨운 1994년 시골 풍경에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입에 착 달라 붙는 구성진 대사도 일품이며 무엇보다 젊은 배우들의 맛깔진 열연이 공연 보는 재미를 가득 채운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으며 맑은 눈빛을 반짝이는 미래 역의 김희정은 과거와 현재를 아주 자연스럽게 오가며, 다수 역으로 변신하는 장세환, 찬우 역의 임영우도 적재적소에서 생명력 가득한 캐릭터로 살아 숨쉰다. 동네 바보 석우 역의 고영민이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참기가 무척 힘들다. 유일하게 미래의 고모 동아 역이 더블캐스트다. 거대하고 장황한 작품들 속에서 <미래의 여름>은 소박하고 순수한 매력을 내뿜고 있는 달고 시원한 숲 속 옹달샘물 같다.

<신과 함께_저승편>
죽어서 저승에 간 소시민 김자홍이 진기한 변호사를 만나 그와 함께 49일 동안의 저승 재판을 받는 여정을 그린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은 주호민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원작과 내용은 같지만 무대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으로 가득찬 작품이다. 김자홍이 저승으로 가면서 타게 되는 지옥행 열차, 진기한 변호사와 상담을 나누는 헬벅스 등 웹툰을 보고 한 번쯤 머릿속에 그려봤을 공간이 무대에서 오롯이 살아난다. 또한 등장인물과 너무도 닮은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원작을 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만화를 보는 것처럼 낄낄거리며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막이 내리면 '착하게 살아야지'라고 마음먹게 되는 공연.

<데스트랩>
배우 김수로가 제작, 올해 두 번째 무대에 올라 공연 중인 연극 <데스트랩>은 공연 마니아뿐 아니라 평소 공연을 자주 보지 않는 관객들도 충분히 빠져들만한 작품이다. 한 때 잘 나갔으나 지금은 오랜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는 추리소설가와 그에게 작법을 배우러 온 작가 지망생이 펼치는 심리게임을 담은 이 연극은 먼저 한 순간도 느슨해지지 않고 이어지는 탄탄한 전개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반전이 거듭되는 이야기는 공연 내내 객석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여기에 변호사, 심령술사 등 어수룩하고 엉뚱한 주변인물들의 대사가 간간히 웃음을 자아내며 극을 다채롭게 만든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누가 죽을지 예상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연극은 무더운 여름 밤, 공포물 못지 않게 당신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것이다.

글: 황선아 강진이 박인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