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우삼촌>
잠실이 섬이었던 그 때 순우 삼촌과 식구들, 주변인들은 농사 짓고 뗏목 저으며 살고 있지만 1970년대 초 잠실이 강남으로 개발된다는 소식에 일자리도 사라지고 삶의 방식도 변화를 맞게 된다. 여기에 미국에서 유학하던 형이 10년 만에 어린 애인과 함께 돌아오고, 이들로 순우의 혼란은 더해만 간다.

한국 근현대사는 '변화'와 '개발'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쉼 없이 버리고 잊어가면서 끊임없이 도시화를 향해 질주한 결과 GDP는 증가했지만 과거 삶의 의미와 가치가 무차별하게 평가절하되며 무엇이 잊혀지는지, 무엇이 인간적인 삶에 중요한 부분인지 우리는 망각하게 되었다. <순우삼촌>은 그 혼돈의 변화 속에서 우직하게 생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안톤 체홉의 '벚꽃동산'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이야기가 한국의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게 각색이 되었다. <시동라사> <목란언니> <로풍찬 유랑극장>의 작가 김은성의 솜씨다.

<춘천거기>
<춘천거기>는 친구들 또는 연인과 한 번쯤 떠나봤던 도시. 춘천에 대한 추억이 되살아나는 연극이다.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 친구 이야기 같기도 한 9명의 젊은 남녀들이 그리는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는 담백하다. 그곳에는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아픈 사랑과 그 사랑을 지켜보는 또 다른 사랑, 막 사랑을 시작한 달콤한 설레임도 있다. 김한길 연출이 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으며 마음에 와 닿는 대사들이 종종 가슴을 친다. 쨍하고 더운 여름 문득 거기가 그리워진다면 혼자라도 용기를 내보자.

<두번째 달 with Friends 콘서트>
태풍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하늘이 높고 청명한 날들이다. 맑게 갠 날씨가 가져다 주는 청량감을 더욱 만끽하고 싶은 사람에게, 또는 일상을 벗어나 어딘가에 있는 푸른 들판으로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 있다. 드라마 <궁><아일랜드> OST로도 유명한 밴드 두번째 달의 콘서트다. 2005년 데뷔, 에스닉 퓨전 밴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며 ‘서쪽 하늘에’ ‘얼음 연못’ ‘여행의 기술’ 등 인기곡을 발표해온 이들의 콘서트에서라면 꿈꾸던 이국의 땅으로 떠난 듯 아련하고도 상쾌하며 맑은 감성에 푹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최근 <복면가왕>에 출연한 컬투의 김태균과 하림, 장필순, 소리꾼 이봉근이 보컬로 참여해 각각 노래 세 곡을 소화한다고 하니, 한 공연에서 만나보기 힘든 다채로운 무대를 풍성히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두번째 달 with Friends 콘서트>는 24일 금요일 저녁 8시 연세대 백양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