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의 삼총사>
어린이극은 많고 많지만 지나치게 '뻔한' 교육성에 치우쳐 공연으로서의 재미나 완성도가 아쉽거나, 너무 단순한 흥미 위주라 극장 문을 나서면 부모들이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경우도 많다. 극단 학전의 어린이 무대 시리즈는 모든 면에서 의심 없이 추천할 만하다. <지하철 1호선> 김민기 연출의 이 작품은, 초등학교 4학년 생 친구 셋이 자신들을 괴롭히는 상급생을 통쾌하게 물리치며 삼총사가 되는 유쾌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엄마의 이혼으로 미국에서 갑자기 한국에 돌아와 적응이 쉽지 않은 써니, 높은 교육열을 가진 강압적인 부모 때문에 잠도 실컷 못 자는 풍이, 상급생의 협박에 시달리는 치나 등 주인공들이 처한 현실은 현 학생들의 고민이기도 해 공감이 크다. 이들이 용기를 내어 힘을 모으는 과정은 유쾌하며 객석에 자리한 아이들은 그들의 여정에 놀랍게 집중하다가도 깔깔거리며 웃는다. 가요, 영화, 다큐멘터리, 공연 등 다방면에서 천재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재일의 음악도 작품을 더욱 빛내주고 있다. 커튼콜 때 자녀들 사이에서 부모들이 더 신나게 박수치고 손 흔드는 모습도 신선하다.

<프라이드>
지난해 여름 국내 초연 당시 관객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1년 만에 앙코르 공연을 갖는 <프라이드>는 1958년과 현재를 살아가는 성소수자 필립과 올리버, 그리고 그들의 아내이며 친구인 실비아가 사회의 억압과 편견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각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서로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지만 다양한 은유와 암시로 얽혀있는 치밀한 구성은 연극적 재미를 선사한다. 러닝타임이 3시간에 달하지만 배우들의 열연 덕에 몰입도가 높다. 배수빈, 강필석 등 새로운 배우들이 보여줄 2015년 <프라이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두 여자>
연극으로 보는 공포물은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공연장의 서늘한 공기와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나는 귀신의 형체, 잔뜩 긴장한 옆 사람이 지르는 자지러지는 비명은 그야말로 시각과 청각, 촉각 등 온갖 감각을 자극하며 생생한 공포감을 전한다. 여름마다 인기를 끄는 대학로의 대표적인 공포연극 중 하나인 <두 여자>도 그런 작품이다. 평범한 가정에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이 연극은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와 섬뜩한 장면 전환,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배우와 스텝들이 조성하는 오싹한 분위기로 잊을 수 없는 공포 체험을 선사한다. ‘썸남’ 혹은 ‘썸녀’와 함께 본다면, 어색했던 사이를 한층 가깝게 만들어줄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글: 황선아 강진이 박인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