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지각을 안 해. 제 시간에 도착 못하면불안하니까. 자기 책상을 치워버릴까 봐." "나 1월이면 마흔 일곱이야. 마흔 일곱!내 월급의 반만 줘도 23살 반짜리 두 명은 쓸 수 있다고."46살 먹은 남자가 할 수있는 일이란 없어"(멜 에디슨)

극단 한양레퍼토리(대표 최형인)가 지난달 19일부터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시어터'에서 「「2번가의 포로」 (닐 사이먼 원작. 최형인 연출)를 공연 중이다.

「2번가의 포로」 는 미국 서민들의 애환을 코믹하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극작가 닐 사이먼의 작품으로 70년대 미국의 경제침체와 실업문제를 다뤘다. 미국에서는 1971년 11월 뉴욕 유진 오닐 극장에서 초연됐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70년대 미국 가정의 실업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30여년을 건너 뛴 지금 한국 상황에도 전혀 낯설지 않다. 연극은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일하면 도둑),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 삼팔선(38세 퇴직), 이태백(20대는태반이 백수) 등의 신어(新語)들이 유행할 만큼 경기침체와 고실업률로 몸살을 앓고있는 한국사회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주인공 멜 에디슨(최용민)은 실업으로 고통받는 한국 중년 남성들의 자화상과도 같은 인물.

20년 이상 몸바쳐 일한 직장에서 해고된 멜 에디슨은 해고된 지 4일이 지났지만아내 에드나(김보영)에게 실직 사실조차 알리지 못한다. 멜은 실직 사실을 숨기려고거짓 출근을 하지만 부인이 현관문을 닫지 않고 외출하면서 집이 도둑에게 털리고부인과의 말다툼 과정에서 실직 사실이 알려진다.

실업이 장기화되면서 멜은 원인 모를 환청에 시달리게 되고 급기야 자신이 해고된 것은 세계를 지배하려는 나쁜 세력의 `음모'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등 정신병 증세까지 보인다.

남편을 이해하려 애쓰는 아내와 형제들의 도움으로 멜은 실업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연극은 막을 내린다.

지난 99년 연극 「푼틸라와 마티」로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받은 최용민씨는풍부한 표정연기와 과장되지 않는 대사처리로 실직한 40대를 코믹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아내 에드나 에디슨역의 김보영씨도 따뜻한 아내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객석으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코믹한 뉴스로 무대가 바뀌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처리한 연출가의 센스가 돋보이고 두 주인공 이외에 형제자매로 출연한 이대영, 구혜령, 정윤경, 윤희영씨의 연기도 돋보인다. 공연은 2월 22일까지.

출처 : 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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