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늘근 도둑 이야기’ ‘조통면옥’ ‘돼지사냥’ ‘비언소’ 등 과거 히트작을 모은 생연극시리즈로 연극팬을 불러모은 극단 차이무(대표 민복기)가 신작 ‘양덕원 이야기’를 선보인다.

다음달 14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차이무가 2002년 선보인 ‘행복한 가족’에 이은 두번째 가족 연극. ‘행복한 가족’이 독거 노인을 통해 현대사회의 가족해체 문제를 다뤘다면 ‘양덕원 이야기’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가족의 화해를 보여준다.

병원에서 아버지가 3시간이면 돌아가신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고향 양덕원으로 모인 삼남매. 하지만 아버지는 하루가 지나고 3일이 지나도 돌아가시지 않는다. 가족들은 돈을 벌고,자식을 키우고,친구도 만나야 되는 현실의 삶을 살아야 되기 때문에 그들의 삶의 터전인 서울로 돌아간다. 다시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모였다가 또다시 헤어지기를 3개월동안 반복하면서 삼남매는 고향과 유년에 대한 추억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결국 아버지는 자식들이 없을 때 쓸쓸하게 죽는다.

이 작품은 집에 와서도 일 때문에 휴대폰을 놓지 못하거나 재산문제로 싸우는 형제의 모습,또 세상을 뜰 듯하다가 뜨지 않는 남편 때문에 고생하는 자식들에게 무안해하는 어머니의 모습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반추한다.

‘생각은 진지하게,표현은 경쾌하게’라는 모토처럼 평소 코믹한 작품을 주로 선보여온 차이무는 이번에 진지한 가운데 특유의 웃음을 곳곳에 배치했다. 미소띤 얼굴에 눈물 한방울 정도랄까. 관객들은 연극의 마지막에 자식들이 다 떠나고 혼자 남겨진 어머니와 텅빈 채 남겨진 쓸쓸한 고향집을 보면서 ‘삶 속의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담담하게 하게 된다. 다만 이 작품과 소재상 비슷하지만 사람들의 이기적이고 작위적인 본성을 표현한 현진건의 ‘할머니의 죽음’이 요즘 사람들에게는 더 익숙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양덕원 이야기’를 쓰고 연출한 민복기씨는 “부모님의 죽음을 소재로 했지만 ‘TV 추석극’처럼 슬프지도 고루하지도 않다”면서 “이 작품은 편안하게 볼 수 있고 보고나면 부모님에게 전화나 한통 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극단 운영을 극작가 겸 연출가 이상우씨로부터 물려받은 민씨는 자신의 경험을 녹인 이 작품에서 차이무 특유의 기름지고 재치있는 말맛을 경기도 사투리로 살려내고 있다. 또 대학로에서 가장 많은 계보를 거느렸다는 극단답게 배우들의 앙상블이 매력적이다. 1세대 유오성 송강호,2세대 박원상 최덕문에 이어 3세대 배우 전혜진 이성민 오용 김지영 정석용 들이 출연한다. 또 영화 ‘강원도의 힘’ ‘반칙왕’ ‘하면 된다’ 등에서 개성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가 음악을 맡았다.

국민일보
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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