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공연되는 홍대 비보이 전용극장. 공연장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한창 공연을 즐기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오는 가족 관객, 머리가 희끗한 중년관객, 거기에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일본, 중국 관광객까지.

이 공연이 연령과 국적을 넘나들며 관객들을 불러모으는 힘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비보이(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소년)들이 보여주는 현란하고 통쾌한 춤과 발레라는 클래식 장르를 끌어들임으로써 오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배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입소문을 통해 관객을 불러모은 이 공연이 이제 1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새롭게 내용을 단장하고 다시 한번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우선 브레이크 댄스와 힙합의 대결구도였던 줄거리는 대결구도가 사라지고, 대신 발레리나의 비보이에 대한 짝사랑에 좀 더 중점을 두었다. 따라서 발레리나의 고뇌(?)가 부각되고, 이와 함께 춤은 더 파워풀해졌다. 무대 연출도 좀 더 세련돼지고, 중간 코믹한 부분도 맛깔스럽게 들어가 공연시간 90분이 훌쩍 간다.



이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재미있게도 발레리나가 꾸는 악몽이 아닐까 한다. 비보이 춤에 매료된 발레리나라가 정체성이 흔들리며 급기야는 악몽을 꾸는 장면에서 관객은 가면을 쓴 배우의 소름끼치는 동작과 분위기에 빨려 들고 만다.

이번 공연은 새로운 내용과 함께 새로운 배우들이 선을 보였다. 비보이팀 익스트림 크루와 힙합팀 일루션, 그리고 새로운 발레리나들로 무대를 채운다. 역시나 깜짝 놀랄 만큼의 화려한 동작과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환호를 받는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주목을 받으며 이와 함께 비보이에 대한 세상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젊은이들이 한때의 치기로 치부했던 스트리트 댄스가 무대와 브라운관에서 새로운 문화로 빠르게 등장했고, 여타 다른 비보이 공연이 등장하면서 비보이 붐이 불었다.

하지만 붐(Boom)은 언젠가는 사그러들기 마련. 비보이 공연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활력 넘치는 넌버벌 퍼포먼스로 공연계에 완전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탄탄한 공연 내용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가능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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