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내한 뮤지컬 [킹 앤 아이]가 국립극장에서 그 화려한 면모를 공개했다. [킹 앤아이]는 시암 왕국의 왕과 영국 미망인 애나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 1951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50년이 넘도록 사랑 받아온 뮤지컬이다. 게다가 1956년 율브리너와 데보라카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가 히트해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아온 로맨스이기도 하다.

50년 이상 이어온 고전인 만큼 [킹 앤 아이]의 줄거리는 낯설지 않다. 시암왕국(현 태국)으로 서양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온 영국 미망인 애나와 시암왕국의 왕이 겪는 서로에 대한 오해와 마찰, 그리고 싹트는 애틋하고 인간적인 로맨스가 매력적인 이야기다. 여기에 동양과 서양의 문화, 민주주의와 왕정이라는 주제가 버무려저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선보인다.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이번 [킹 앤 아이]는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스펙타클하거나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진 않지만 배우 한 명 한 명의 뛰어난 기량은 잔잔한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여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데, 애나역을 맡은 브리아나 브로거는 청명한 목소리와 우아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고 텁팀역의 루즈 로어와 왕의 첫번째 부인 역을 맡은 캐서린 챙의 활약도 눈부시다. 또한 화려한 의상은 이 작품의 일등 공신 중 하나. 19세기 시암왕국의 의상과 애나의 영국식 의상은 동서양의 차이를 보여주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탄탄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호연, 화려한 의상과 무대로 잘빠진 뮤지컬을 선사하지만 최근 국내에 소개되는 대형 뮤지컬들처럼 '임팩트'와 '호화로움'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50년을 이어온 진국 같은 뮤지컬 넘버와 잔잔한 재미를 음미한다면 진국을 맛보는 셈이다.

[킹 앤 아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19세기 시암 왕 자녀들의 가정교사였던 영국여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가렛 랜던이 쓴 소설 ‘애나와 시암의 왕(Anna and the King of Siam)’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

따라서 ‘그 당시’ 서구인들의 시점이 현재 관객들의 눈에는 구태의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서양의 앞서나가는 문화가 동양 문화를 이끌고 가르친다'는 뉘앙스가 포장도 되지 않은 채 전달돼 몇몇 국내 관객들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나와 왕이 ‘쉘위댄스’를 부르며 경쾌하게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면 이것저것 생각이 달아나고 흐뭇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시암왕국 사람들이 만든 ‘톰아저씨의 오두막집’은 상상력과 재기가 뛰어나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간다.

5월 [대장금] [캣츠]와 함께 대작 뮤지컬로 주목을 받아온 [킹 앤 아이]. 고전의 향기가 담뿍 배어있는 작품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강하게 어필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