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시작되고 서서히 커튼이 올라가면서 보이는 건, 여러 명이 줄지어 진 매끈한 다리들이다. 그리고 시작되는 현란한 탭댄스. 사람들보다 먼저 등장하는 탭댄스는 무엇이 이 공연의 진정한 주인공인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42번가]는 화려하다 못해 현란한 탭댄스와 그에 못지 않은 의상으로 한국을 찾은 브로드웨이 내한공연이다. ‘브로드웨이 쇼’의 전형을 보여주듯 현란한 춤과 의상, 이를 돋보이게 하려는 듯 단순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때는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치는 미국. 경제가 어려울수록 여성들은 화려해진다고 했던가. 연출가 줄리안 마쉬는 화려하고 번쩍이는 대공연 ‘프리티 레이디’를 준비 중이다. 수십명의 탭댄서를 대상으로 오디션이 진행되고 이곳에 코러스 걸을 꿈꾸는 페기 소여가 등장한다. 뛰어난 탭실력을 지닌 그녀가 코러스 멤버로 포함되고, 왕년의 스타가 주인공으로 낙점되며 ‘프리티 레이디’는 준비되어 간다.

뮤지컬 [42번가]는 브로드웨이의 중심인 42번가를 배경으로 무명의 배우가 뮤지컬 스타로 탄생하는 과정을 준다. 그리고 배우를 꿈꾸는 어린 배우의 도전과 좌절, 성공 스토리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게 진행된다.

수십 명의 탭댄서들이 완성하는 화려함의 미덕
이 작품의 백미는 배우들이 ‘프리티 레이디’를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면서 보여주는 군무와 의상이다. 특히 대부분의 배우들이 탭댄스를 비롯한 안무를 현란하게 구사해 춤의 향연은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심. '프리티 레이디’가 공연되는 2부에서는 한 층 더 강도를 넣은군무와 탭댄스가 등장하는데 더욱 화려해지고 섹시해진 의상과 수십 명의 탭군무는 관객의 감탄을 자아나기에 충분하다.

귀에 잘 들어오는 넘버는 화려한 쇼만을 기대하고 갔다면 또 다른 수확이 될 것. 잘 알려진 'We’re in the Money¡'나 'Lullaby of Broadway' 등 뿐만 아니라 '42nd Street' 등 귀에 익은 친근한 넘버들이 쇼를 채워줘 만족도를 높인다. 또한 25명 이상이 오케스트라 멤버가 선보이는 라이브 연주도 ‘브로드웨이 쇼’를 즐기기에 안성맞춤.

1980년 초연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그 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01년리바이벌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하여 공연 되었다. 그 해 토니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베스트 리바이벌 뮤지컬상, 드라마데스크상, 외부비평가협회상인 3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42번가]는 브로드웨이만의 순도 있는 쇼를 그대로 무대에서 폭발시킨다. 내용에서 오는 철학 대신 지극히 화려한 무대로 즐거움을 준다는 건 또 다른 미덕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수십명의 배우들이 빚어내는 완벽한 탭댄스의 향연.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이자 생명력이다. 화려하고 빛나는, 달콤한 향연 말이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