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서커스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공연을 시작했다. <퀴담>과 <알레그리아>의 흥행으로 이미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태양의서커스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바레카이>. 이카루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태양 가까이 가려는 욕망을 참지 못해 날개가 녹아 떨어져 죽는 이카루스가 등장한다. <바레카이>는 하늘에서 떨어진 이카루스가 만약 죽지 않고 숲에 떨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라는 가정에서 출발, 그의 신비한 여행을 무대에 담는다.

신비한 숲에 떨어진 이카루스가 이곳에서 기이하고 생동감 넘치는 생명체들과 만나며 서커스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카루스를 비롯해 태양의서커스가 창조해낸 여러 캐릭터들은 빅탑 안에서 라이브 음악과 함께 여러 기예를 선보인다. 막간 코믹한 퍼포먼스는 기예의 긴장감을 웃음으로 풀어주며 극은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진다.

<바레카이>는 지난 내한 공연이었던 <퀴담>이나 <알레그리아>에 비해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웅장한 음악보단 가벼운 터치의 라이브 음악이 등장하고 항상 많은 감탄을 자아내곤 하는 공중 묘기는 줄과 그네, 그물, 링 등 여러 소재를 이용해 등장, 환호를 받는다. 작고 여린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파워가 나올까 싶게, 이들은 허공에서 중력에 상관없는 움직임을 보여 탄성을 저절로 나오게 한다. 이어 아크로바틱과 곤봉 묘기가 쏠쏠한 재미를 주다가도 틈틈이 코미디 담당배우들이 나와 배꼽 잡는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물론 관객을 무대에 부르는 순서 역시 감초처럼 포함돼 있다. 

빅탑에 들어선 관객들이 배우들의 몸짓과 손짓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훌쩍 지나간다. 객석에선 줄곧 감탄사가 쏟아지지만 관객이 단순히 이들의 기예에 매료된 것은 아니다. 기술로 따지자면 중국 등 세계 유수의 기예단이 더 화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라이브로 진행되는 연주와 노래, 마법의 세계에 들어온 것만 같은 의상, 정교하고 세련된 조명, 극을 이어주는 스토리텔링은 태양의서커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이다. 기술이 아닌 이들만의 감성이 세계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단 점은 우리에게도 다시 자극을 주기 충분해 보인다. 건반과 드럼, 타악기, 바이올린, 관악기 등 연주자와 두 명의 가수가 선사하는 <바레카이>의 라이브 음악은 태양의서커스 특유의 감성을 전달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56명의 출연진들은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19개 국적으로 이뤄진 <바레카이>는 공연 증130여벌의 의상을 선보이며 화려함을 자랑한다. 2002년 몬트리올에서 초연돼 12개 국가 60개 도시를 순회공연 한 이 작품의 출연자들 가족과 교사, 의사, 요리사를 포함해 약 170명의 인원이 움직이는 마을과 함께 움직이는 점도 흥미로울 것.

<바레카이>는 서커스라는 몸체에 그들만의 세련된 포장으로 우리나라에 찾아온 또 다른 작품이다. 이제 막 따뜻해지기 시작한 4월의 봄날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어, 세 번째 세워진 빅탑 역시 관객으로 가득 차고 있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