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뮤지컬 '킹 앤 아이'(해머스타인 2세 작, 샘 비벤토 연출)의 포스터에는 "당신을 왕실로 초대합니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져 있다.

세계적으로 검증된 작품인 '킹 앤 아이'는 국내 최고배우들의 출연, 흠잡을 데 없는 공연장, 25억의 거액 투자 등 관객을 '왕실'로 초대할 만큼의 외적 요인을 모두 갖추고 있는 작품.





대머리스타 율 브리너 주연의 동명 영화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지난 5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전세계 5000만명을 매혹시킨 뮤지컬의 고전이다.

배경은 1860년대 시암 왕국(현재의 태국). 시암의 왕 몽쿳(김석훈)과 영국에서 온 미망인 개인교사 애나(김선경)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에 동양의 신비로움이 양념처럼 가미돼 있다.

직접 확인한 무대세트와 의상은 탄성이 나올 만큼 환상적이었다. 황금색으로 치장한 왕궁과 당시 동서양의 패션, 독특한 전통춤이 서로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국내 굴지의 뮤지컬 배우들이 총출동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올 한해 무대를 주름잡았던 스타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관객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김선경은 이들 중 군계일학. 지름이 3m에 이르는 '부담스러운' 밑단을 가진 드레스를 수차례 갈아입으며 열연을 펼쳐, 커튼콜 때 열렬한 박수세례를 받았다.

김석훈은 객석에 큰 만족을 주진 못했지만, 뮤지컬 데뷔 무대치곤 꽤 선전한 편. 류정한(룬타)과 이혜경(텁팀)은 의외로 비중이 낮은 조연이었지만, 이중창(I Have Dreamed)에선 천상의 하모니를 들려줬다.

일본 영화 '쉘 위 댄스(Shall We Dance)'에 쓰였던 뮤지컬 넘버에 맞춰 춤추는 김석훈과 김선경의 댄스신은 단연 압권. 19인조 오케스트라의 선율도 객석에 진하게 울려퍼졌다.





모든 조건이 풍족한 '킹 앤 아이'가 다른 작품보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명 영화와 마찬가지로 결말로 향할수록 힘이 떨어지고, 극적인 클라이맥스가 눈에 띄지 않아 밋밋했다.

또 서양인의 눈엔 환상적으로 비쳤던 '신비한 19C 동양의 왕실'이 한국인의 눈엔 얼마나 새롭게 와닿을지도 걱정이다.

한 뮤지컬 평론가는 "무대세트 등 볼거리는 흠 잡을 게 없는 수작이다"며 "뮤지컬의 고전 중의 하나인 이 작품이 2003년의 국내 현실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최종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내년 1월 11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

출처 : 스포츠조선 서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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