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모독?
무조건 모독하는 게
목적은 아니지”

스토리도 무대장치도 없는 작품. 연극 [관객모독]은 지난 1978년 초연된 이후, 연극 형식을 깨뜨리고 ‘모독’함으로써 어리둥절한 관객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뽑아 올린 획기적인 언어극이다.

이 작품이 극단 76단의 30주년 기념공연으로 또 한번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역시나 관객을 향해 욕을 내뱉고 물을 뿌려대지만, 30년 전과는 다르다. 78년 초연부터 작품을 맡아 [관객모독]으로 관객과 통한 인물, 연출가 기국서를 만났다.


익숙함을 뒤집어라

연출자 기국서는 역시나 형식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인터뷰는 혜화동 연습실에서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결국은 근처 치킨집에서 (해가 중천이었지만) 소주와 맥주가 오가는 테이블에서 이뤄졌다. 그는 현재 [관객모독]에 이어 [리어왕]을 맡아 연습 중이다. 쉰이 넘는 나이가 무색하게 강행군이지만 피곤한 기색이란 찾아볼 수 없다.

우선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물 뿌리고 욕하는데 관객들이 화를 내지 않는지. 그는 “요즘 관객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라고 응한다.
“78년 초연 때는 화내는 사람들도 있었지. 그런데 요즘 관객들은 즐기는 편이에요. 자극적인 이슈에 많이 노출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품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관람을 하려는 분위기 때문에 더 그래요.”

관객모독은 언어극, 반극(反劇)이라고 칭해지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걸며 진행되고 허구적인 스토리를 삭제, 전통적인 연극에 대해 비판과 조롱을 가한다. 연극의 대상은 바로 관객으로서의 관객 상황, 관객의 역할을 자각시키며 일상의 익숙한 틀을 뒤집어 보게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관객모독은]은 꽤나 불편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는 초연 때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매진행진을 벌여와 이제 언어극의 교과서로 올라섰다. 이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면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관객모독]은 지금까지 열번 정도 연출을 했죠. 78년 이후부터니까. 하지만 이 작품은 언제 올려도 진부한 작품이 아니에요. 큰 틀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시대 상황에 맞춰 달라지기 때문에 10년 전과 지금은 내용은 다르다고 할 수 있거든. 그래서 부담보다는 연출가로써 재미있고 흥이 나요.”

2년전, 8년만에 [관객모독]을 다시 무대에 올렸을 때,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관객과 매체는 돌아온 이 작품에 집중했고 다음해에는 영화배우 양동근이 출연해 다시 화제가 됐다. 세월이 흐를수록 퇴색하기 보다는 빛을 발하는 데는 그만의 ‘모독’법이 있다.
“원작은 전통 공연을 비트는데 목적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원작에 없는 극중극을 만들어 원작을 다시 한번 비틀었지. 보통 연극이라 칭해지는 스타일의 극을 넣었는데 새로 대사를 만든 게 아니라 논문 같은 말을 쪼게서 리허설 식으로 진행하게 했어요. 도중에 연출가가 나와 배우들 연기가 바뀌기도 하고 관객이 참여해서 바뀌기도 해요. 연극 연습 보면 재미있잖아요? 관객들도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될 거에요.”

“한번쯤은 볼만한 작품”

언어극이라는 장르는 만들어 내며 이 부문의 텍스트가 된 작품이지만 기국서는 항상 시대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최근 사회 이슈를 극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70년대에는 관객의 억압된 자아와 카타르시스를 뿜어 지게 하려고 노력했다면 최근에는 이라크 전 등 사회 이슈를 포함시켜 관객 참여를 높이고 있다. [관객모독]의 연출가로서 그는 이 작품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관객모독]은 그야말로 역설적인 연극이에요. 종래 연극 관습에 대한 부정을 함으로써 그 동안의 배우, 관객의 위치를 깨는 것, 그것이 이 연극의 목적이죠. 이 연극 목적이 순전히 관객을 모독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에요. 누가 그런 연극을 보겠어. 연극에 대한 관객의 태도를 겨냥했다고 보면 될 거에요. 연극을 보려는 사람들, 또는 공부하려는 사람들은 이 작품은 꼭 한번쯤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은 그의 아홉째 [관객모독]이다. 관객의 관습적인 연극 관람 행위를 깨기 위해 다시 한번 올려진 것이다. 이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기국서 연출의 말이다. 물론 욕설과 물세례도 빠지지 않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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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강유경 (9859prettygir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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