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양반이 드나드는 기방에 동동주와 막걸리를 섞은 폭탄주와 아이돌 댄스가 난무한다.

이곳은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 이제 막 솔로가수로 활동을 시작하려던 재윤이 타임슬립 (시간여행)으로 떨어진 조선시대의 기방이다. 재윤은 기방의 행수 어른에게 동동주와 막걸리를 제조한 폭탄주를 전파하며 양반들과 술판을 벌인다.

경쟁력있는 창작뮤지컬을 발굴해 창작뮤지컬의 안정적인 시장진입을 도모하는 제4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본선작으로 선정된 3편 중의 하나인 <나는 조선의 아이돌이다>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경연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13일, 기자가 찾은 연습실은 배우들과 제작진, 무대 소품으로 가득 찼다.  


<나는 조선의 아이돌이다>는 드라마 단막극 대본으로 쓰여졌던 원작을 뮤지컬로 개발한 작품으로, 허세 가득한 아이돌 그룹 멤버 재윤이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으로 떠나 진정한 예인 어우동을 만나 성숙한 아티스트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다. 그 안에는 애절한 러브스토리와 기방에서 일하면서 기녀로 적응하는 재윤의 좌충우돌 모습도 담겨 있다.

연습 과정을 지켜 보고 있던 정준 작가는 “혼자 글을 쓸 때보다 재미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기존 원작보다 색깔이 많이 진해졌다. 캐릭터들을 과장하고 극대화시킨 것도 있지만, 드라마 상태에서는 음악이 전혀 없었는데 음악과 안무가 들어가면서 훨씬 다채로워지고 흥겨워졌다.”고 설명했다.


특별히 주인공 재윤 역은 적합한 인물을 찾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고 전한 오루피나 연출은 “재윤 역할은 생각보다 캐스팅하기가 까다로웠다. 남자지만 여자로 오해할 만큼 예쁘게 생겨야 하고, 선도 곱고, 노래도 잘해야 해서 끝까지 캐스팅에 욕심을 부렸다. 좋은 인연으로 서동진 배우를 만났다.”고 전했다.

그간 <오싹한 연애> <젊음의 행진> 등에 출연했던 서동진은 아이돌 그룹 멤버였던 재윤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기방에서 아이돌의 넘치는 끼와 화려한 춤 솜씨를 펼쳐 보이는 그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한 작품 전개에 긴장감과 재미를 주는 이생원 캐릭터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로기수> 황덕판 역으로 활약한 김성수는 일편단심 어우동을 흠모하는 샌님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작품 곳곳에서 웃음 유발자로서 극에 활력을 더하고 있었다.

상상이 안 되던 조선시대라는 배경과 아이돌 가수의 만남은 입에 감기는 찰진 대사와 귀에 맴도는 흥겨운 노래들과 함께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로 기대 이상의 재미를 안겨 주었다. 이날 보지 못했던 재윤과 여자주인공 연화와의 애틋한 로맨스 또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일으켰다.


정준 작가 (뒤)
오루피나 연출, 채현원 안무가, 이숙진 작곡가 (앞줄 왼쪽부터)

뮤지컬 시장에서 낯설지 않은 조선시대라는 배경과 타입슬립이라는 소재에 대해 오루피나 연출은 “다른 작품들과 소재가 같을 수는 있지만 이 안에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색깔로 표현하고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작가, 작곡가, 안무가 선생님들을 괴롭히면서 계속 의견을 나누고 수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안무를 맡은 채현원은 “주인공이 조선시대에 등장하는 부분은 SK텔레콤의 ‘이상하다’ 광고처럼 조선시대이지만 현대적인 느낌으로 날 수 있게 만들어보려고 했다. 세트를 많이 움직이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안무적으로 드라마 안에 자연스럽게 녹을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루피나 연출은 “이 작품을 통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너무 행복하다.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연습 시간이 무척 재미있다. 공연을 하다 보면 자신감이 없으면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것이 우리 공연의 힘이고, 그것이 무대 위에서 보여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유쾌하다는 것이 이 작품의 제일 큰 장점이다."라고 정준 작가의 말처럼 흥겨움과 유쾌함으로 가득찬 <나는 조선의 아이돌이다>는 오는 8월 19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쇼케이스 첫 무대에 오른다. 쇼케이스를 통해 최우작으로 선정된 뮤지컬에는 문화예술진흥기금 1억 원과 충무아트홀 극장 대관 지원을 받게 된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