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해변의 카프가>가 한국 관객들을 찾았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부조리한 현실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선 15세 소년 다무라 카프카의 여정을 따르고 있는 <해변의 카프카>는 지난 24일 작품의 주요 장면을 공개했다. 지난해 연극 <무사시>와 함께 방한했던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은 연출가의 팔순을 기념하는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뉴욕, 런던, 싱가포르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이날 첫 시연 장면은 이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고양이가 등장했다. 나카타라는 노인은 고양이와 대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늙은 고양이에게 오츠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사라져버린 한 살짜리 얼룩 고양이 고마짱의 행방을 묻는다.

이어진 장면에서는 사에키 역을 맡은 미야자와 리에 등 일본 스타 배우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숲 속으로 들어간 소년이 열려진 입구를 통해 안쪽 세계에서 사에키를 만난다. 사에키는 소년에게 원래의 자리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을 기억해 줄 것을 부탁한다. 숲에서 돌아온 소년은 배낭을 챙기고 오시마에게 도쿄로 돌아겠다가고 말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여러 캐릭터들이 펼쳐내는 광활한 소설 속의 세계를 26개의 거대한 투명 유리 상자 세트를 이용해서 무대 위에 구현해낸다는 점이다. 유리 상자들은 무대 위를 부드럽게 움직이며 공원, 고속도로, 깊은 숲 속 등의 여러 장소를 만들어낸다.


미야자와 리에

주연 배우들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감 내비치며, “한국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긴장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1990년대 일본에서 최고의 아이돌로 군림했던 미야자와 리에는 “<해변의 카프카>는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철학이 어렵게 쓰여져 있는데 그것을 무대 세트나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쉽게 전할 수 있도록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이 훌륭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공연에 임하려고 한다.”고 첫 공연에 임하는 소감을 전했다.

카프카 역을 맡으며, 이 작품으로 일본에서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한 후루하타 니노는 “순간순간의 무서움을 뛰어넘으려고 한다. 사실 앞에 계신 기자 분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겁이 난다. 어떤 일이든 맞서고 견디고 극복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고무라 기념 도서관의 직원 오시마를 연기하는 후지키 나오히토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많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하니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된다. 하루키에게 "만약 하루키가 이 작품에서 배역을 맡는다면 어떤 역이 제일 잘 어울릴 것일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 그 역할이 바로 내가 맡은 오시마라 가뜩이나 더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후루하타 니노, 후지키 나오히토 (왼쪽부터)
마지막으로 미야자와 리에는 “이 작품에서 카프카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되는데 그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내 인생 안에서도 여러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는데 그게 나를 많이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과의 만남 또한 인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줬다. 이번에 연출님이 같이 오지 못했지만 배우와 스텝들 모두가 연출님의 마음을 담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공연은 오는 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