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로 변한 한 인간의 애절한 사랑이야기. [뮤지컬 드라큘라]의 세 주인공 신성록, 양소민, 윤공주. 무대밖에서 이들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광폭하면서도 외로운 영혼을 가진 드라큘라역의 신성록은 이십대 중반의 장난기가 묻어나고, 외유내강 아드리아나의 양소민은 잘 웃고 분위기를 이끄는 활발한 성격.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하던 윤공주는 귀염성이 가득하다.
지난 4월부터 고독한 드라큘라, 그의 아내 아드리아나, 드라큘라만을 사랑한 비련의 여인 로레인으로 살아온 이들을 만나본다.

공연을 보니 서로 호흡이 잘 맞아 보인다
양소민(이하 양) - 성록이와는 [사랑은 비를 타고]를 같이 했고, 공주와는 [겨울 나그네]를 함께 해서 서로에 대해 익숙하다. 특히 성록씨와는 다른 드라큘라 배우들에 비해 많이 맞춰봐서 더 익숙하다.

신성록(이하 신) - 인간적으로 편한 누나들이라 즐겁게 해나가고 있다.

성록씨는 최연소 드라큘라로 화제가 됐다
신 -사실 경력이 부족하고 25살이라는 나이 때문에 드라큘라의 슬프고 허무한 눈빛이 나올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수백년을 살면서 생긴 공허한 눈빛과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 이건 혼자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표현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료를 찾아보며 연구했다.

트리플인데 선배들과 하기 부담스럽진 않았나
신 - 난 오히려 부담이 없었다. 왜냐하면 형들이니까(웃음). 내가 형들이게 조언을 할 순 없지 않나. 두 분의 조언은 캐릭터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양소민씨는 어떤가. 일인 이역을 소화하기 어렵지 않았나
양 - 일인 이역이 배우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게다가 둘(아드리아나 산드라)은 상반된 캐릭터기 때문에 배우로서 더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다. 주위에서 ‘두 개의 다른 역할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사실 악보에 다 나와 있어서 특별히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지’ 하는 노력이 필요 없었다. 아드리아나 노래는 클래식한 노래고 산드라 노래는 워낙 팝적인 노래여서 둘을 똑같이 표현하는 게 오히려 더 어려울 정도다.

공주씨는 공연 마지막 아리아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
윤 - 정말 감사하고 있다. 처음 로레인 역을 맡았을 때 걱정이 많았다. 아직 나이가 어린 편이고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어느 날 소민이 언니가 말하더라. ‘너는 그냥 너 대로 하면 로레인 같을 거야’라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나도 몰랐던 나를 찾아가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한 남자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역할이어서 관객들이 좋게 봐주시는 거 같다.

드라큘라 오디션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신 - 드라큘라는 모든 배우들이 하고 싶어하는 역할이다. 그 당시 선배들도 많이 오디션을 본 걸로 알고 있는데 발탁돼서 믿기지 않았고 정말 좋았다. 대부분 어느정도 연륜이 있는 배우가해왔고 전세계적으로도 드랴큘라가 나처럼 어린 사람이 한적이 없다고 한다.

양 - 사실 나는 98년과 2000년 드라큘라 초연과 앵콜을 6번 봤다. 캐스팅을 바꿔가며 다 볼 정도로 완전 광적인 팬이었다. 그래서 드라큘라라는 작품에서 아드리아나든 로레인이든, 무조건 하고 싶었다. 사실 여배우 입장에서 로레인은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이다. 하지만 배우로써 내가 가진 보이스와 성향에는 맞지 않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노래 부르기는 로레인이 더 편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아드리아나로 보실 거 같았다. 그래서 아드리아나 노래를 연습했다. 클래식 발성은 해본 적이 없어 오디션을 보기 위해 레슨을 받기도 했다. 레슨 잠깐 받는다고 얼마나 달라졌겠는가(웃음). 아드리아나처럼 하기 위해 열심히 했다. 한편으로는 계속 '로레인도 시켜주면 잘 할 수 있다'고도 했다(웃음). 마지막 오디션에서는 대부분 여배우들에게 아드리아나와 로레인 악보를 줬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드리아나 악보만 주어졌다. 내가 노력한 결과구나 생각했다.

윤 - 사실 그 이전에는 드라큘라 작품을 접한 적이 없다. 넘버만 어느정도 알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주위에서 선배님들이 아드리아나가 매력있으니 그걸 하라는 거다. 그래서 나도 아드리아나 하고 싶었다(웃음). 아드리아나 탐나기는 했지만 로레인도 멋진 역할이었다. 결국 오디션에서 내가 로레인, 언니가 아드리아나 됐다. 그런데 제작사측에서도 고민했던 거 같다. 혹시 모르니까 상대 노래를 연습하라고도 했다. 바뀔 수도 있었던 거다. 하지만 역시 지금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오디션 에피소드가 있다면
양 - 공주씨와는 그 당시 [겨울 나그네]를 같이 하고 있었다. 그 작품을 하면서 함께 오디션을 봤고 공주씨는 마지막에 아드리아나와 로레인 악보를 모두 받았다. 그래서 공주에게 ‘저는 로레인이 하고 싶고 아드리아나는 소민이 언니가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라고 시켰다(웃음). 그런데 공주 오디션 볼 때 보니 절대 그런 이야기 안 하고 아드리아나도 굉장히 열심히 하더라(폭소). 아드리아나는 조금 어설프게 하고 로레인에 최선을 다하라고 그렇게 이야기 했건만(웃음). 합격됐을 때 공주가 이렇게 말했다 ‘언니, 사람이 너무 하고 싶으면 우주가 움직이나봐’라고. 그 말에 정말 동감했다.

윤 - 그런데 아드리아나는 정말 어렵다. 나한테 아드리아나를 시켰으면 난 못했을 거 같다. 노래도 어렵다. 초반에 등장하는 ‘알고 있어요.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등 노래들이 듣기에는 쉬울 거 같았지만 어려운 노래다. 난 매일 괴로워했을 거 같다.

양 - 사실 매일 괴로워 하고 있다. 내가 하도 괴로워하니까 공주는 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할거다(웃음)

성록씨는 중 저음의 드라큘라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신 - 선천적인 목소리가 그렇다. 하지만 내 목소리는 아직 개발이 안 됐고 음악적으로 덜 다듬어졌다. 그래서 신성우 선배 등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고, 음악 감동님과도 소리를 찾아가기 위해 오랫동안 상의해 와서 지금은 안정됐다고 생각한다. 드라큘라가 광분하고 슬퍼하는 장면이 많은데 오버하지 않고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해 주신다.

가장 애정이 가는 장면은 무엇인가
양 - 공연 막바지에 산드라가 드라큘라를 찾아가는 장면. 연습하면서도 제일 가슴에 와 닿았고 가장 잘 표현하고 싶은 장면기도 하다. 남의 노래 끝자락에 네 마디 부르는데 하필 그 씬이 제일 좋다. 솔로도 있고 듀엣곡도 있는데 말이다. 표현하고 싶은 게 많은데 그 네 마디밖에 없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윤 - 마지막 죽음의 신판에서 로레인은 아드리아나 품에 안긴 드라큘라를 보며 정말 사랑했던 드라큘라를 보내준다. 이 장면에서는 항상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저절로 감정이 나온다.

신 - 아드리아나가 죽었을 때가 가장 슬프다. 이때는 에너지가 머리끝까지 찬다. 그 외에도신에게 대항하는 씬, 독백하는 하는 씬, 산드라를 만나 받아달라고 하는 씬 등 애정이 가는 장면이 많다.

공연 에피소드가 있다면
신 - 액자 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생각보다 힘들다. 사실 조금 움직이긴 하지만(웃음). 반대로 누나(양소민)가 액자에 있을 때도 힘들다. 고개를 잔뜩 들고 노래를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세 명의 배우가 드라큘라역을 맡았는데 상대역으로써 느낌이 많이 다르지 않나
양 - 사실 공주씨가 많이 영향을 받을 거다. 아드리아나는 드라큘라의 부인이지만 무대에서 만나는 시간은 몇 초 안 되기 때문이다. 성우씨는 자체가 드라큘라 다우시고 종혁 오빠는 연기가 디테일하다. 성록씨는 두 명의 장점을 많이 받아들였다고 느낀다.

윤 - 시간이 갈수록 세 드라큘라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 세 분의 색깔이 모두 다르고 연기도 다르다.

양 - 성록이가 뽀뽀를 제일 세게 한다.
윤 - 그렇다. 그래서 제일 기다려진다(폭소). 아… 농담이다(웃음).

신 - 어차피 각자의 색깔이 강한 배우들이다. 성우형은 우직하고 강한 에너지를 가진 배우고 종혁형은 인간적이고 살 냄새 연기를 하는 배우다. 나는 그 두 강점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일단 무대에서 진실하게 작업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 매 공연마다 열심히 하려고 한다.

윤 - 갑자기 진지해질 때마다 성록이 맞나 싶다.
양 - 성록씨가 어린데도 어떻게 드라큘라를 할 수 있었을 까 생각해봤는데 애늙은이 같은 진지함이 있다. 어린 거 같다가도 때때로 진지해진다.

이제 다들 루마니아의 전설적인 인물들로 돌아갈 시간이다. 무대위의 그들에게서 여유롭고 즐겁게 인터뷰 하던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역시 배우는 배우다.

Musical [Dracula] 中 제2막 2장 ‘Vim, ze jsi se m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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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강유경 (9859prettygir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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