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또 화부터 내는구나.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왜 항상 니 마음대로 생각하지
-이제 더 이상 참지 못해. 언제나 나를 속이고. 더 이상 속지 않아. 똑 같은 소리. 지겨운 소리
-그게 아니라니까

지금 티격태격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 가사는 무척이나 공감될 것이다. 남녀가 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일들이 디테일하게 그려진 로맨틱 뮤지컬 [프로포즈] 넘버 중 하나다. 또 하나 들어볼까?

-도대체 남자 새끼들은 준비성이라는 게 없어
-도대체 기집애들은 고마워할 줄을 모르는거야
-남자들은 매일 만나면 뭐 먹을래 뭐 할래 그만 좀 물어보고 알아서 못해? (걔네 동물이라 단순해)
-왜 내가 만난 여잔 그렇게 멀리 사니. 그 먼데까지 내가 모시러 가야하니. �� 놓고 TV보다 5분전에 머릴 말리니 니네 진짜 공주니

주인공들의 친구 형철과 진영이 주고 받는 신랄한 랩송이다. [뮤지컬 프로포즈]는 남녀가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 즉 프로포즈에 이를 때까지 겪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아기자기하게 풀어놓은 로맨틱 코미디다. 주인공 은경과 민호는 만난지 9년이나 된 ‘올드’한 커플. 은경은 9년이나 되도록 프로포즈를 하지않고 의심만 가는 민호와 헤어지려 하고, 이들의 긴 연애사가 낱낱히 무대위에서 그려지기 시작한다. 아기자기하고 공감가는 내용과 대사로 커플이 대부분인 관객들의 마음을 열어놓는 작품이다.

이주원과 김태희는 [뮤지컬 프로포즈]에서 각각 은경과 진영 역할을 열연한다. 이주원은 마음 약하고 애교 있는 은경역을 인상깊게 소화해내고, 김태희는 친구 진영과 그 외 멀티역을 소화하면서 무대를 활보하느라, 공연 내내 땀을 흘리며 열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각자 자신의 역할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이미 결혼을 했다는 이주원이 정리를 해줬다.
“이 이야기는 9년 동안 연애한 커플의 이야기에요. 여자쪽에서는 프로포즈를 원하고 남자는 망설이면서 생기는 오해와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죠. 한쌍의 연인이 결혼이라는 종착연까지 가는데 얼마나 험난한 길이 있는가는 아기자기하게 보여줘요. 전 은경이 역을 맡았는데, 공감가는 대사가 너무 많더군요.”
은경의 친구로, 한번 남자에게 배신을 당한 뒤 남자를 믿지 않는 캐릭터인 진영 역할의 김태희도 말을 이었다.
“저는 은경이가 지금 사귀고 있는 민호를 소개시켜준 장본인이에요. 은경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인데 남자에 대한 상처가 있어서 성격이 변한 캐릭터죠. 남자친구가 군대갔다가 군화 거꾸로 신은거죠. 저는 멀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상대도 저에요(웃음).”

이 뮤지컬은 남녀의 연애를 디테일하고 가능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든 흔적이 있다. 로맨틱 코미디로 위트있는 대사와 코믹한 상황설정이 있지만, 실제 연애에서 있을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지 않아서 프로포즈를 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남자에게 결혼은 현실이기 때문에 얼마나 책임 질 수 있느냐에 고민을 하죠. 그나저나 민호는 정말 우유부단한 성격이에요. 이런 남자는 만나본 적이 없지만 오해받을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우유부단함이죠(웃음).”-이주원

“우리 작품에는 주로 커플 관객들이 와요. 그런데 남성 관객들이 공감을 더 많이 하더라구요(웃음). 아마 작가분이 남자분이라 한국 남자들의 일상과 심리가 잘 표현돼서 그런 거 같아요.”-김태희
“정말 그러네. 우리 작가 선생님이 남자분인데, 자신의 연애담을 옮겨 놓은 거라는 설이 있죠(웃음). 그래서 남자주인공 이름도 원래는 성이 없이 ‘민호’로 돼 있는데 작가분 성을 따서 강민호라고 부르고 있어요(웃음).”

[뮤지컬 프로포즈]는 해피엔딩이다. 9년간 만남을 이어오다 권태기가 찾아왔을 때, 결혼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어찌 됐든 해피엔딩이라 할만 하다. 연인을 위한, 연인들에 관한 뮤지컬이니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커플이든, 오래된 연인들이든 극장을 빠져나오면서 새삼스레 손을 꼭 쥐게 할 작품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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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강유경 (9859prettygir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