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방가르드 연극의 거장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연출가 리 브루어(71)가 극단 마부 마인의 연극 [인형의 집]과 함께 내한했다. 

온전한 자아를 찾아 집을 나가는 로라를 통해 현실 속 가부장의 모순을 꼬집었던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은, 연출가 리 브루어를 만나 왜소증 남성과 큰 키의 여성들을 통해 성의 관습을 공격하는 파격적인 방법으로 변신했다. 2003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 후 이 작품은 오프 브로드웨이의 저명한 연극상 중 하나인 오비상에서 최고 연출상과 연기상 수상자를 배출한다.

29번째 공연인 한국 공연을 앞두고 지난 3월 31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연출가 리 부르어와 노라역을 맡은 머드 미첼이 참여해 작품 설명과 함께 자신들의 연극 활동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2000년, 한국계 미국인이 쓴 [이상, 열 셋까지 세다]로 한국 땅을 밟은 이후 8년 만의 방문에 리 부르어는 “나는 얼마나 변했으며 관객들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현재 가장 큰 관심사”라고 밝히고 “과거 한국에서의 공연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공연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또한 이번 [인형의 집]에는 “아이러닉한 비주얼 이미지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남녀의 키 차이를 통해 만화 같지만 매우 현실적이고 감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대 위의 모든 가구들은 아주 작은 남성들의 키에 맞춰졌고, 노라를 비롯한 여성들은 다리를 굽히고 허리를 숙여 그들에게 맞춰 행동한다. 남녀의 키 차이는 가부장적인 제도가 기타 외적인 조건이 아닌 사회적 남성권력에서 온다는 것의 은유다.

리 브루어는 25년 전 흑인 배우들만을 출연시킨 [콜로노스의 가스펠](1983)과 성(性)을 바꾼 [리어왕](1989) 등 혁신적인 연출작으로 세계 연극계 화제를 만들어 오고 있다.

공동 각색 뿐 아니라 노라 역할을 맡은 머드 미첼은 [인형의 집]이, “남성, 여성에 상관없이 어떻게 온전한 인간이 될 것이며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작품”이라고 하며 “많은 아이디어를 원작에 포함시켜 작품의 기본 의미를 잃지 않으면서 독창적인 프로덕션을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기자간담회 후에는 연극전공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워크숍이 이어졌다. 총 6개 학교 학생들은 이틀에 나눠 그간 연습했던 [갈매기], [오이디푸스], [하녀들] 등의 장면들을 선보이고 리 브루어, 머드 미첼과 작품에 대한 해석과 캐릭터, 표현 방법들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학생들의 워크숍 공연을 열심히 보고 있는 두 사람
 

워크숍 참가 학생들과의 대화
 

 

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