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오페라 연출계 최고 거장인 피에르 루이지 피치(78)의 무대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3일 명동 샤롯데상영관에서 열린 오페라 [아이다&투란도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오페라단의 박기현 단장은 다음달 13일부터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베르디의 [아이다]와 푸치니의 [투란도트]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한국오페라단이 기획한 ‘2008피치 페스티벌’로 2006년 ‘마체라타 페스티벌’에서 피치가 총감독한 작품을 그대로 선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매년 여름 이탈리아 마체라타에서 열리는 ‘마체라타 페스티벌’은 87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세계 오페라 마니아들이 모이는 대규모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 라 스칼라 극장 등 세계 주요 극장에서 500여 편의 오페라를 연출한 피치는 2005년부터 이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르디가 작곡한 [아이다]는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과 신축 극장의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그가 사랑하는 여인 아이다, 그리고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엇갈린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치의 총감독 아래 [아이다]의 연출을 맡은 마씨모 가스파론은 피치의 최고 후계자로 작품의 무대, 의상, 소품 모두를 디자인 했다. 흑과 백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거대한 ‘제의(祭儀)’로 꾸민 [아이다]는 발레장면이 강조되는 등의 볼거리 풍성한 1, 2막에서 심플한 무대를 바탕으로 거대한 하나의 심리극으로 변해가는 3, 4막의 흐름이 압권으로 평가 받는다.

피치가 연출한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최후작으로, 경계와 강인함으로 자신을 가두었던 중국 공주 투란도트가 사랑을 아는 여자로 변모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피치의 특징인 스펙타클한 무대가 그대로 펼쳐질 예정이다. 색체 마술사답게 청색과 적색의 대비를 바탕으로 직접 디자인 한 화려하고 세련된 중국, 서양의상과 그에 비해 너무나 남루한 유랑족의 설정 등 다양한 모습이 선보이며 피치의 대표적인 계단식 거대 구조물도 등장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형종 뮤지크바움 대표는 “베르디와 푸치니의 오페라 중 가장 장대한 두 작품”으로 공연을 설명하며, “피치의 천재적인 연출과 그의 제자로 또 다른 연출 스타일을 선보이는 마시모 가스파론을 통해 대비되는 연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 세트나 의상은 이미 한국에 도착한 가운데 오는 25일 피치를 비롯한 연출진들이 서울에 도착하면 총 리허설이 시작될 예정이다.

‘개선 행진곡’, ‘이기고 돌아오라’,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우리 귀에 익숙한 아리아로도 유명한 두 작품의 무대는, [아이다]는 5월 13, 15, 17일에, [투란도트]는 14, 16, 18일에 확인해 볼 수 있다.

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