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웨스트엔드의 성공작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가 드디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0월 1일 프리뷰를 시작해 오는 11월 13일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 <빌리 엘리어트>는 뉴욕 씨어터고어(theatergoers)들의 오랜 기다림을 반영하듯이 프리뷰 기간 중에도 이미 연일 매진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05년 영국 초연 이후 선풍적인 인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지난 2000년 개봉되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연출을 맡았던 스티븐 달드리(Stephen Daldry)가 공연에서도 연출을,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리 할(Lee Hall)이 각본에 참여하였으며, 엘튼 존(Elton John)이 작곡을 맡았다. 2005년 5월, 런던의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Victoria Palace Theatre)에서 개막된 런던 오리지널 프로덕션은 현재까지도 인기리에 공연 중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2006년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Laurence Olivier Awards)의 9개부문에 후보로 지명되었으며, 베스트 신작 뮤지컬 부문을 포함 4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호주와 브로드웨이에 이어, 캐나다, 독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의 공연이 협의 중에 있거나 추진 중 이다.

준비된 세 명의 ‘빌리 엘리어트’

웨스트엔드에서의 공연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빌리 엘리어트>의 브로드웨이 진출은 꽤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왔다. 2006년,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하면서 브로드웨이의 빌리를 찾는 일이 급선무였다. 빌리 엘리어트를 찾기 위한 오디션은 2006년 11월, 뉴욕에서 출발하여 2007년 3월까지 보스턴, 시카고, LA, 샌프란시스코, 올랜도 등 미국의 주요 도시를 돌며 9살부터 12살까지의 소년을 대상으로, 150-155cm 미만의 키를 가진 무용을 전공중인 소년들을 위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해 6월, 뉴욕에서 8일간에 걸친 최종 오디션을 통해 3명의 빌리를 최종 선발했다. 지난 10월 1일부터 교대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데이브 알바레즈(David Alvarez), 트렌트 코왈릭(Trent Kowalik), 커릴 쿨리쉬(Kiril Kulish) 등이 바로 그들이다. 오랜 시간에 걸친 신중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선발된 아역배우들은 런던, 호주 등지에서 1년 이상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영국 소년 빌리 엘리어트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 중 트렌트는 이미 지난 해 12월 웨스트엔드에서 데뷔 무대를 치르기도 하였다. 미국의 어린 배우들이 애써 연습한 영국식 엑센트에 갇혀 오히려 다소 경직된 연기를 보이는 부분이 아쉽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빌리 엘리어트를 연기해내는 모습에서 앞으로를 보다 기대할 수 있었다.

영국 정서를 그대로 살린 브로드웨이 무대

<빌리 엘리어트>는 지극히 영국적인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마가렛 대처(Maggie Thatcher) 수상이 집권하던 시기의 영국 북부 지역의 한 탄광촌. 광부인 빌리의 아버지와 형은 파업으로 정부측과 대립하며, 일찍 세상을 뜬 어머니 대신 빌리는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다. 빌리는 아직 어린아이 이지만 가족들에게 충분히 사랑과 보호를 받기보단 혼자서 많은 부분을 고민하며 감당해 가는 아이. 때문에 또래에 비해 일찍 철이 든 모습이다.
아버지의 권유로 배우고 있는 권투에 별 흥미를 못 느끼던 어린 빌리가 윌킨슨 선생을 만나면서 발레에 빠지게 되지만, 보수적인 아버지와 형의 눈에는 남자 아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 일뿐이다. 하지만, 아직은 투박하고 서툰 춤이지만, 빌리의 가슴 속 응어리를 모두 표현해내고도 남는, 한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빌리의 춤은 그의 아버지도, 로열 발레 스쿨의 심사위원까지도 감동시킨다.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 친구 마이클의 배웅을 받으며 로열 발레 스쿨에서의 또다른 생활 속으로 담담하게 걸어들어가는 빌리의 뒷모습으로 작품은 막을 내린다.



<빌리 엘리어트>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과는 사뭇 다르다. 단지 철저한 영국식 억양을 고집하고, 작품의 배경 중 무엇도 미국 정서에 맞도록 바꾸지않은 프로듀서들의 자존심만이 아니다. 작품의 곳곳에서 묻어나는 투박하고 선 굵은 정서, 빌리에 대한 아버지와 형의 사랑이 그렇고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빌리에게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인사하는 윌킨슨 선생의 마음도 그렇다. 엄마에게 받은 편지(The Letter)를 읽어내려가며, “그녀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윌킨슨 선생에게 “아니, 그녀는 그냥 나의 엄마였다”고 대답하는 빌리의 정서도 그다지 미국적이지는 않다. 로열 발레 스쿨로 떠나는 빌리와 탄광촌으로 돌아가는 아버지와 형의 모습을 대조시키는 것도 모두가 다 행복해지는 미국적인 해피 엔딩과는 비교할만한 부분이다.

이러한 이 작품의 지극히 영국적인 감성이 뮤지컬 코미디에 익숙한 브로드웨이 관객들에게 과연 어떻게 어필할런지 궁금했었으나, 현재로서는 그리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물론 영국의 관객들만큼 작품의 세세한 부분에서 모두 공감할 수 없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브로드웨이의 관객들 역시 엘튼 존(Elton John)의 뮤지컬 중 가장 수작이랄 수 있는 이 작품에 함께 감동하며, 빌리 엘리어트를 연기하는 어린 배우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특히, 빌리가 로열 발레 스쿨 심사위원 앞에서 자신이 춤을 출 때의 느낌을 표현하는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 부분에서 관객들의 박수는 끊이지 않는다. 프리뷰가 시작되고 약 3주가량 공연되는 동안, <빌리 엘리어트>는 평균 점유율 90% 이상을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뉴욕 임페리얼 극장(Imperial Theatre)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10년 국내 라이센스 공연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앞서 올라간 호주, 브로드웨이에서의 공연과 같이 영국적 정서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우리만의 공연으로 재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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