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송백경이 연기에 꽂혔다. 처음으로 출연하는 연극 [광수생각] 연습실에서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군기 들어간 신인 연기자의 모습. 혜화동에 있는 [광수생각] 연습실은 8월 3일 공연을 앞두고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직접 만난 송백경은 TV에서 보던 모습보다 훨씬 신중하고, 심지어 조심스럽기까지 했다. 인터뷰를 위해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노트북에 미리 작성해 놓았을 정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자들이 무슨 말을 해도 걸러서 실어줬는데, 요즘은 오히려 과장되게 나와서’가 그 이유란다. 특히 가수가 연기를 한다는데 일부 곱지 않을 수 있는 시선에 대해 호기심에서 시작한 게 아닌 점을 강조한다.

“제가 가장 두려운 말은, 쟤는 왜 가수가 남의 판까지 끼어들어 작품을 망치나라는 소리에요. 그런 소리 들을 까봐 진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요. 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요. 주머니보다 정신이 배고파서 연극에 도전했죠. 좋은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송백경이 [광수생각]에서 맡은 역은 친구 일과 아버지 역할이다. 친구 역은 그에게 딱 맞지만 아버지는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같이 다가온다. 가족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어깨에 지니고 있는 아버지를 29살인 그가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것.

“아버지가 없는 환경에서 자란데다 나이도 29살이라 가장이 지닌 무게에 대해 표현하기가 힘든 건 사실이에요. 간접 경험이라도 하기 위해 ‘아버지’란 소설도 읽고, 인터넷 카페도 찾아보면서 배역을 파악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가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올 초 출연한 ‘궁s’란 드라마에 출연하고서부터. 주요 배역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캐릭터 분석을 하며 연기의 매력을 느끼고 그 후 대학로에서 연극을 매주 보며 연극 연기에 대한 열망을 키워왔다. 그리고 마침 많이 웃고 울며 본 [광수생각] 3차 오디션 공고가 나자 주저없이 오디션에 응시했다. 그는 “가수로 무대에 오랫동안 서왔지만 연기하라고 멍석 깐 자리에 서니 많이 떨렸다”며 3차까지 간 오디션에서의 긴장감을 회상하기도.

"이번 연극 뒤에 무언가 크게 남을 것"

“지금 연습하고 있는 모든 것을 개막하고 무대 위에서 할 수 있다는 게 상상이 안가요. 연극 연기는 정말 차원이 다르다는 걸 알았거든요. 왜 연극했던 사람들의 연기 내공을 이길 수 없는지 깨닫고 있는 중이에요. 전 그야말로 연기자로는 걸음마를 시작했기 때문에 하루하루 열심히 배워가고 있어요. 몸에 밴 가수로서의 큰 동작과 랩스러운 대사로 고쳐가고 있고요(웃음).”

예상치 않게 음반 활동까지 겹쳐져 송백경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하지만 “연극 연습은 하루라도 빠지면 그만큼 티가 난다”며 최대한 연습은 빠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도 연극 대본은 항상 손에서 놓지 않는다.

“연출님이 대본에 답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틈만 나면 대본을 읽고 또 읽어요.전 대본 낙서나 펜을 대는 걸 싫어해서 노트북에 대본 노트를 적거든요. 그래서 대본에 펜 자국은 없지만 제 손 때는 하루하루 짙어가죠.”

송백경의 연기에 대한 생각이, 어느 누가 예상한 것보다 진지하고 무겁다는 결론이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연극이 끝나고 기회가 된다면 1년에 한번은 꼭 도전해 보고 싶다”라는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마지막, 진부하지만 그래도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을 준비하자 송백경은 “가수의 매력과 연기의 매력이 뭔지 물어볼건가”하며 10년차 베테랑 가수의 눈치를 자랑한다.

“가수와 연기는 정말 다르고 매력도 각자 있어요. 지금은 배우로 일할 때가 좋죠. 가수로 활동할 땐 또 가수가 좋다고 하지만(웃음). 이번 연극이 끝나면 저에게 무언가가 남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기대가 큽니다. ”

글: 송지혜(song@interpark.com)
사진 : 김민주(minjuu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