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지훈이 3년 만에 뮤지컬 <닥터지바고>를 통해 컴백한다. 드라마‘궁’ ‘마왕’, 영화 ‘키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을 통해 한류스타로 발돋움 한 스타배우, 2009년 불거진 마약복용 혐의로 인한 실형과 2010년 군입대라는 명암을 안고 복귀하는 그의 첫 번째 작품은, 뮤지컬이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유리 지바고’ 역으로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무대에서 펼쳐 보일 예정이다. 프로듀서 신춘수 대표가 “무대에 대한 마음이 경건한 배우”라고 밝힐 정도로 그의 각오는 남달라 보인다. 지난 30일 열린 <닥터지바고> 기자간담회에서 주지훈을 만났다.

"인생 풍파 많은 지바고의 삶에 공감"

제대 후 첫 공식 활동이다. 소감은.
눈 한번 감았다 떴는데 3년이 지났다. 제대한 지 이제 9일이 지났는데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금 눈 앞에서 플레쉬가 터지니 실감 난다.

제대 후 첫 작품으로 뮤지컬 <닥터지바고> 선택 이유가 있다면.
받아 본 대본 중 가장 공감을 많이 한 작품이었다. 원작의 후광이 있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은 상태로 대본을 봤는데, 2시간 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큰 사건에 인생관과 철학이 묻히지 않고, 오히려 큰 사건이 서브 텍스트가 되어 받쳐주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지바고’는 어떤 인물인가.
지바고는 의사, 시인이었고 몰락귀족이기도 했으며 전쟁을 겪으면서 군의관이 되기도 했다. 인생의 풍파가 많은 캐릭터라,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또 시대에 많지 않게 여린 감성을 지닌 사람이다. 제 느낌을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무대에서 보여드리겠다. 두 여성 배우와 멜로도 있는데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도 고민된다. 상대 여배우와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 같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 중 친분이 있는 배우가 있나.
개인적으로 알던 분들은 한 분도 없다. 뮤지컬계에서 워낙 많이 보이시는 홍광호, 김지우씨는 알고 있었고, 강필석씨는 우연찮게 캐스팅 발표 나기 며칠 전 연극 <레드>를 봤다. 재미있는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배우들이라 저로선 좋은 환경이다. 연기하는 사람으로 실력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건 축복이다. 왜냐하면, 끌려갈 수 있으니까(웃음). 농담이고 그만큼 잘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끌려가면 안 되고, 저도 열심히 해서 나갈 생각이다. 다들 나이가 비슷해서 이미 편하게 말을 놨다. 연습 하면서 장단점을 불편하지 않게 노트할 수 있는 좋을 커뮤니티가 될 것 같다.

"서른이 되니 여유가 보인다"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커 보인다.
영화 ‘앤티크’에 뮤지컬 씬이 있어서 그때부터 흥미를 가졌다. 하지만 뮤지컬 <돈주앙>을 시작하기 전에 의미가 크지 않았는데, 우연찮게 뮤지컬 <돈주앙>을 하면서 그 매력을 알게 됐다. 모델 출신이라 무대에 서는 게 낯설지 않은 상태였고, 라이브로 연기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특히 아주 오랜 시간 연습에 매진하는 것도 좋았다. <돈주앙>을 하면서 몸무게가 8kg 빠졌다. 인내가 길고 쓸수록 열매가 달다고 했는데, 굉장히 달고 맛있었다. <돈주앙>을 하면서 저도 지인이 생겼고, 공연을 많이 보다 보니 참 재미있었다. 그러다보니 공연에 빠져들었다. 이제 제 스스로 장르에 대한 막, 개념은 사라졌다. 난 그냥 연기자다. 저의 뮤지컬 출연이 의외일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작품의 노래가 소화하기 쉽지 않는 노래들이다.
단어에 여러 의미를 담고 있어서... 인터뷰가 참 힘들다. 저는 뮤지컬 싱어가 아닌 뮤지컬 배우다. 연기에 중점을 둔. 노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연습에 힘을 쏟고 있고 군 복무를 하는 동안 꾸준히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렇다고 너무 기대는 말아달라(웃음). 이틀 전부터 음악 연습을 하고 있는데 목숨 걸고 하고 있다. <닥터지바고> 대본을 보고 공감했다고 했는데 노래를 듣고 이 작품을 사랑하게 됐다. 그런데 듣기 좋은 노래가 부르기 쉬운 노래는 아니었다. 굉장히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있다.

군 생활, 그리고 서른이 되면서 변화가 있었나.
남들 다 가는 군대 2년은 저에게도 똑같았다. 그렇지만 서른이 되니 많이 변했다. 예전엔 확신이 있었고 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달려갔다. 약간 강박관념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어리지만 그땐 더 어렸던 것 같다. 이제 그런 부분에서 편해졌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세상을 넓게 보게 됐고 관심 가는 이야기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다작을 하는 배우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예전보단 많이 할 것 같다. 그리고 팬들에 대한 마음도 좀 더 여유로워진 것 같다. 예전엔 연기만 하고 싶었다. 팬들이 찾아와서 현장에 사람들이 많으면 집중을 못했다. 나이도 어렸고 경험도 없었다. 지금은 그 정도 집중력을 생긴 것 같다. 그래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군복무 하면서 1년 정도 혼자였다 엔터테인먼트를 다 정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군대 갔다. 군뮤지컬을 하기 전에 3~4 개월을 지하철 타고 다녔는데, 그러면서 또 변화가 생겼다. 어릴 때부터 이쪽 일을 한 사람이지만 이 때 좀 더 일상을 접했고 여유가 생겼다.


군 입대 전 사건에 대해 입장을 말한다면.
뮤지컬뿐만 아니라 제가 했던 작품들, 제 팬들, 가족들, 친구들에게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것을 알고 있다. 오랜만에 봬서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웃음). 편한 모습 보여드릴 수 밖에 없는 직업적인 고충도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모든 죄송함과 미안함으로 고민한 결과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자는 것이다. 자칫 이기적이고 개인적일 수도 있지만 사죄나 보답을 해야 한다면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로 해야 한다. 뮤지컬뿐 아니라 모든 매체에서 처음 데뷔했을 때보다 열심히 할 것이다.

더블 캐스팅된 배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래 잘 하는 배우인 홍광호씨다. 그와 어떻게 차별되는 무대를 만들 생각인가.
광호씨라고 해야 하나?(웃음) 광호와는 동갑내기 친구다. 이쪽 일 하면서 만나게 된 두 번째 동갑내기 친구고, 소중한 친구다. 노래를 잘 하는 건 엄청나다. 남자가 부르는 데도 설렌다. 그래서 차별화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 난 일 적인 배움에 관해서는 자존심 많이 없다. 제가 광호보다 노래를 못하니 배워야 한다. 좋지 않나. 같은 배우에게 공짜로 배울 수 있다는 건. 홍광호도 아무에게도 노래 안 가르쳐 줄 거다. 저 말고(웃음)

유리 지바고를 어떻게 표현할 예정인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닥터지바고>는 말 그대로 대서사였다. 요즘엔 화려하고 자극적인 작품이 많은데 처음엔 밋밋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유화와 수채화를 본 느낌이 다른데, <닥터지바고>는 수채화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음악연습을 하고 실전으로 들어가니 그렇지만은 않았다. 아직 서른 살이라 한 번 봤을 때 느낌으론 알 수 없었고 어제도 다시 (대본을) 봤고 앞으로도 수 십 번 수 백 번 대본을 봐야 한다. 캐릭터를 딱 정해놓고 가지 않는다. 연출님이나 음악감독님 등이 동의를 해줄 때 할 수 있겠지만. 그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정해나갈 생각이다.

복귀 후 첫 작품에 대한 각오를 말해달라.
오랜만에 보이는 모습이라서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셔도 열심히 할 것이다. 좀 살살해라 해도 목숨 걸고 할 거다. 제가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다. 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할 몫 열심히 해서 보여드리겠단 말씀뿐이다. 이 약속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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