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미리 예매해서 갔던 토요일 4시공연..

매진일거라 생각은 했지만
보조석까지 꽉찼더라구요. ㅎㅎ 기분좋게도 인터파크 예매하고 할인도 받았고~
게다가

맨 앞좌석으로 좌석도 정해져있어서

배우들 얼굴표정, 눈이 충혈되는 것까지 보이니 참 ... 감정이 같이 복받쳐오르더군요.


초반에
박지일 선생님이 '운동회에 참석하라'고 얘기하러 주인공네 집에 왔을때,

손님오셨다며 여주인공이 주방에서 내온 OB맥주.. ㅋㅋ

맥주컵으로 3잔이나 나오는데,
박지일 선생님이 어찌나 맛나게 드시는지...

대학로에 쨍쨍 내리쬐던 햇볕 , 오후 4시에 맞춰
잰걸음으로 찾아들어간
정미소 공연장
맨 앞줄에서
맥주를 드시는 모습을 보니

꿀꺽!

거기에 대사 한 마디 "이야~ 이거 시야개 잘됐네요~! 캬~~"

어찌나... 쩝.. ^^


시원해보이는 그 맥주가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요~


배우분들이 일류급이니 뭐.. 내용이야 말할거 있겠습니까..
작년에 봤을때보다
맨 앞에서 보니 더 감정이입이 잘 되더군요.

영신씨가 나오던 그 유일한 장면에서
눈물 찔끔 흘리고...
여운 길~게 돌아오는 길...


나오다가 물어봤죠.

"초반부에 드시던 맥주, 진짜 얼마나 시야개가 잘 되어 있는지 정말 먹어보고 싶던데요~"

"그거.. 밍밍한 맥주인데요~ 냉장고가 없어서..."


ㅎㅎㅎ
역시 연기는 어렵고 심오한 것 같아요.
그런면에선
잘 속은 좋은 관객이죠?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연기
자칫 감정이 과잉될 수 있는 내용인데
극도록 감정을 자제하는 극이 참 좋았다
요즘 억지로 눈물을 빼내려는 연극들과
억지로 웃기려는 연극들이 많이 있는데
이 연극은 그에 비해 참으로 일상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부부로 나온 남명렬, 예수정의 연기도 좋았고
감초역으로 나온 박지일의 연기도 참 좋았다
자칫 가벼울수 있는 연기를 참으로 잘 소화했다

오래간만에 관람한 연극-

아쉽게도 시작한지 3분이 지나고 나서야 들어가는 실례를 범하는 바람에-

나조차도 연극 분위기를 같이 느끼는데 다소의 시간이 걸렸다.


한정된 장소에서 펼쳐지는 연극 속에서 펼쳐지는 그만의 매력이야 다 알고 있겠지만,,

바다와 양산은 가장 일반적인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대화를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은은하게,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톡톡 튀는 유머는 흐름을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너무 과장되지도 너무 어색하지도 않은 멋진 연기를 볼 수 있었다.


단지,, 좌석이 불편하다는 점이 연극을 볼 때 느끼는 것이긴 하지만,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있게 되면 소리가 나는 의자는 아쉬움이 있었다.

좋은 주말에 좋은 이야기로 보낼 수 있었던 정이 가득한 선물같았던 연극

<바다와 양산>을 보고 나면 지극히 일본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배경을 한국으로 바꾸고 경상도 사투리를 첨가했지만

자신이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주저하고

조금이라도 실례다 싶으면 과도하게 미안해하고

무엇보다 감정의 내비침이 극히 절제되어 있는 것이

어쩔 수 없이 '일본적'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슬픔'이란 감정은 만국의, 만인의 공통적인 감정이 아닐까.

울며 불며 통곡을 하든, 속으로 삭이다 갑자기 남편의 정부 앞에서

찻잔을 엎으며 남편의 손을 부여잡든, 슬픔은 서서히 우리의 가슴에 스며든다.

커다란 사건이나 클라이맥스가 없는 잔잔한 진행이 젊은 세대들에겐

익숙하지 않을 테지만, 좀 지루하다 싶은 순간을 조금만 넘기면

부부간의 사랑에 대해, 이웃간의 정에 대해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정말 너무 좋았어요~
극분위기가 이렇게 잔잔하고 좋을 줄이야...ㅠㅜ
그 정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었어요~

드러내지 않는 슬픔...
그것이 더 아픈데..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