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극은 미국의 「동물원 이야기」라는 작품을 가져와 한국의 근현대사와 엮어서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 속에서는 6월 민주항쟁을 비롯하여 최근의 촛불시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의 굵직한 사건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두 인물들이 진술하는 이야기 속에서 처절했던 민주화 역사가 그려지면서 그로인해 지금의 우리가 어떻게 변화하게 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무력하게 하루 4만원짜리 공공근로로 연명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김씨와 그런 김씨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깨어나도록 만드는 무명씨의 대립은 어떤 순간에는 코믹하기도 하였다가 어떤 순간에는 한없이 슬퍼지가도 한다. 몇 번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현실을 바라보며 김씨처럼 감각이 무뎌지고 현실을 외면해버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럼에도 무명씨처럼 끊임없이 생각하고 스스로를 반성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어쩌면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인하여 사회는 점점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연극은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이들에게 고개를 들고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라고, 그리고 외면하고 있는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라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