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너무 훌륭해서 두번째 관람을 했습니다.

믿고보는 백수광부의 재확인

모두들 감사합니다. ^^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극이었어요.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맹목적으로 종교에 매달리는 것인지,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논리로 청소년기의 주인공을 가르치려 드는 것의 파국적인 결론까지... 인간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해체된 가정, 맹목적인 신앙심, 정체성 혼란이 다양한 요소를 통해 관객에게 충격과 질문을 던진 극이었어요.

역시 명불허전!! 믿고보는 백수광부!!

오마르랑 마터 팜플렛이 같이 붙어있기도 하고, 마터 포스터에 주인공 벤야민이랑 아웃포커싱 처리된 오마르도 있어서 같은 작가건가? 싶었지만 찾아보니까 그건 아니더라구요! 두 작품 다 기독교적 세계관에 닿아있긴 하지만, 확실히 주제나 소재가 미국스러웠던 오마르랑 다르게 마터는 왠지 모르게 유럽스러웠어요. 중후반부에 주인공이 웬 유대인 혐오성 발언을 성경까지 동원해서 구구절절 읊길래 독일건가보다 확신했지요ㅋㅋ
넵 왠지 모르게 유럽스러웠던 연극 마터는 독일인 각본가가 쓴 작품이 맞습니다.


청소년이면서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벤야민을 주인공으로 한 반(反)성장물이지요. 얜 도무지 알을 깨고 나올 의지가 없어 보여요.
성경은 벤야민의 논리와 권력의 원천으로 주위 사람들을 공격하는 수단이 되는데, 잘 곱씹어보면 제 입맛대로 내뱉는 궤변에 불과하지만 로트 선생님을 제외한 모든 어른들은 그저 한때의 치기정도로 여겨서 광신도로 거듭나는 벤야민을 방관합니다. 자신을 선지자쯤으로 여기고 게오르그를 고쳐준다면서 벤야민이 하는 행동은 거의 적그리스도에 가까울 지경이죠.
게다가, 로트 선생님을 유대인으로 착각해 죽이려 했고 장애인인 동시에 성소수자인 게오르그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 쳤던 벤야민의 밑바탕엔 ''그러한 족속''이 열등하며 죽어 마땅하다고 믿었던 히틀러의 사상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히틀러 역시 정치적으로 종교를 잘 이용했던 기독교 신자였죠. 동시에 사회다윈주의를 통치이념의 하나로 삼은 학살자였습니다.
(*지금 검색하다 알게 된건데 Benjamin Kidd라는 사람이 소셜다위니즘의 대표 연구자였다네요. 벤야민이 벤야민 짓을 했따,,,)


벤야민의 엄마는 제 아들이 마약만 안 하면 상관 없다 여기고, 체육겸 사회 선생님은 골칫거리 치우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교장은 학생에 관심 갖는 대신 여자 교사를 끊임없이 희롱할 뿐입니다. 로트 선생님의 업무환경은 정말 쓰레기 같네요.
모두가 모인 무대 위에서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절망에 빠져 스스로의 발에 못을 박는 로트 선생님과, 최후의 순간 그렇게 믿어 마지 않던 성경 대신 거짓말로 비겁하게 숨어버린 벤야민의 대비로 연극은 끝납니다.


연극의 제목인 ''순교자''는 결국 의미에 따라 벤야민이 될 수도, 로트 선생님이 될 수도 있겠네요. 굉장히 재밌었어요.
내용도 그렇지만 노출+동성애코드+피칠갑 이런 자극적인 요소 최고예요ㅎㅎ...ㅎㅎㅎㅎ....

연극 ''마터''는 종교적 믿음과 진실성, 사회성 그리고 다양한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터 (Martyr)는 순교자를 의미한다. 자신이 믿는 종교적 신념을 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예술을 통해 종교적 내용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수용적 태도가 있기에 항상 예민하고 민감한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터''는 개인적으로 또다른 의미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연극 ''마터''는 독일의 극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 (Marius von Mayenburg)의 ''Martyr''를 원작으로 한다. 그는 독일 연극을 대표하는 젊은 극작가 중 한 명이다. 2012년 국내에서 공연된 그의 작품,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 ''못생긴 남자''를 본 기억이 난다. 단순하면서 충격적인 연출로 그 당시의 여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종교적 신념으로 수영장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학생, ''벤야민''은 학교에서 특별한 아이로 지낸다. 벤야민의 지도교사이자 생물선생님인 ''로트''는 벤야민의 어머니와도 상담을 하지만, 벤야민의 저항과 반항은 점점 심해진다. 로트 선생님은 벤야민을 이해하기 위해 성경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변 선생님과 교장선생님 그리고 학생들은 로트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척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외치며 벤야민은 간교함을 넘어 사악한 인간으로 변해 로트 선생님을 궁지에 몰아 넣는다. 결국 로트 선생님은 책상에 올라가 자신의 발등에 대못을 박는다.

연극이 끝나고 여학생이 벤야민을 유혹하고, 장애를 가진 친구를 종교적으로 치료해주겠다며 흉내내고, 수업시간에 발가벗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광기어린 표정속에서 외치는 이야기들...연극속에서 벤야민이 보여준 장면들이 압축되어 머리속에서 다시 펼쳐진다.

가장 종교적이면서, 가장 반종교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는 작품 ''마터''. 종교의 의미와 이를 어떻게 우리 생활속에 녹여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종교적인 생활의 지속적인 노력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