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니치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던 나에게 의미가 큰 연극이었다.
시놉시스를 본 후, 사전에 자이니치에 대해 알아보고 연극에 대해 찾아보고 하면서 관심이 커져만 갔는데,
연극을 직접 보고 오니 이런 저런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정말좋은거지?"
3개 국어를 합성해놓은 혼마라비해? 의 뜻이다.
5자에 많은 의미를 담은 말...

어떤 블로거는 이 작품에 대해 재미로는 점수를 많이 줄 수 없다고 남겼는데,
언제부턴가 대학로 연극은 재미로 찾아가지는 않는다.
삶에 의미를 주는 영화를 찾는 것처럼...
연극도 뭔가 울림을 주는 작품들을 보고 싶은데,
그런 연극들은 호응이 별로 없고 공연 기간도 짧다는 게 안타까울 뿐.

연극 시작에서 영주 역의 김수민 씨가
관중 앞에서 "조금 떨리네요"
라고 말했던 것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다. 그건 대사가 아니었다.
연극배우 "김수민" 씨의 솔직한 감정이었다.
떨린다고 나즈막히 속삭였던 이유가... 아마도...
그날 관객이 제일 많았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공연 중간에 흘러내리던 반짝이는 구슬땀이 더욱 빛났다.
혹시나 배우 "김수민" 씨가 이 글을 읽는다면,
"좋은 연기 보여줘서 고마워요~ 화이팅!" 이라 전해주고 싶다.

참 오래 기억에 남을 연극.
솔직히, 출연자 전원 모두 연기가 뛰어난 것도 의외였다.
우혜민 씨의 울부짖듯 내뱉는 대사들에서는 눈물이 나올뻔 했다.
이 연극이 알려지기도 전에 벌써 끝나다니.... 아쉽다.

극단 실한분들께, ''''''''이런 좋은 작품에 초대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혼마라비해?" (작:김연미 연출:신영민 음악:조라승 무대:김다정 일본어자문:하시모토 모에카 출연:김수민, 우혜민, 이승헌, 이준희, 이종찬, 서미정 제작:극단 실한 극장:설치극장 정미소 별점:★★★★★) 전작 "레라미 프로젝트" 를 봤었던 극단 실한의 두번쨰 작품이다. 와우! 이제 이 극단의 작품을 챙겨 봐야 하겠다. 먼저 제목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관람을 권하고 싶으나 오늘이 막공이라 아쉽다. ''자이니치'' 에 관한 얘기 여서 무거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고, 사실적인 묘사와 더불어 웃음과 감동이 있게 잘 그려 내었다. 공연이 시작 되기 전 자신이 이 극의 작가라고 하면서 소개를 하고 극이 시작된다. 진짜 작가님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러나, 중간중간 작가 역할의 김수민 배우님이 극을 설명해 주면서 진행 되는 것이 공연이 사실적 이라고 느끼게 해 주어서 좋았다. 배우분들의 일본어 연기도 진짜 같다. 대본과 연기가 좋아서 별점 1개 추가한다. 오늘 특히 좋았던 장면을 얘기해 보면, 광식이 TV를 보며 ''아무나 이겨라'' 라고 말하는 부분과 마지막에 영주가 공간을 정리하며 퇴장하는 장면이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마지막 장면이라서 더 깊은 감동이 느껴진다. 여섯 명의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도 훌륭하였다. 아무튼 110분 동안 지루하지 않게 보았다.

한국인의 잣대로 그들을 이해하지 말 것. 일본인이라 그들을 단정하지 말 것. 단지 그들 또한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인생임을 기억할 것. 삶은 누구에게나 “혼마/라비/해”

혼마라비해? 라는 말은 일본어 혼마, 라트비아어 라비, 한국어의 동사 하다와 문법이 섞여 있는 문장이다. 이 말은 모국이 없어 모국어가 없는 사람들을 나타낸다. 보트를 타지 않은 보트피플들.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못한 채 국가의 경계선 위에 위태로이 선 사람들. 우리가 잊고 지워버렸던 소수자들. 이들을 다시, 마땅이 있어야 할 우리 안으로 불러내는 그 차근차근한 과정을 보여주는 연극이었다. 앞으로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고 뒤에 남겨진 것을 돌아보게 만드는 연극. 이 연극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재일조선인에 평소 관심이 많아서 자주 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불쌍하게만 본 게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네요.
극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꼭 한 번 추천하고 싶은 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