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풍경화를 감상한 둣한 기분.

배우 오현경. 윤석화. 한명구. 정호빈... 등 연극을 주 무대로 오랜동안 연기해오신...
관록있는 배우들의 출연만으로도 보고 싶은 연극이었는데요,

고전이라 좀 어렵고 딱딱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조연분들이나 무대 연출이 상당히 현대적인 감각과 춤, 노래로 구성되어 있어서 상당히
흥겨운 무대였습니다. 노래도 록 적인 요소가 가미되어서 파워풀 하더군요.
또...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표현하기 위해 무대 앞 쪽으로 큰 배도 한 척 왔다 갔다 하는데
현장감을 높이고 극적인 생동감이 살아나서 좋았습니다.

뭐, 배우님들의 연기야 기대한 바대로 였는데요.
하지만 오현경님께서 간혹 대사를 살짝 부자연스럽게 이어가실 땐 좀 불안했습니다. ^ ^;
정호빈님도 안토니오 캐릭터가 예상보다 훨씬 거칠고 무뚝뚝한 설정이더군요.
샤일록과 안토니오의 캐릭터 색체가 좀 더 대비되는 쪽으로 설정하면 어땠을까 했습니다.
조연 중에서 지현준이란 분을 새롭게 봤는데. 직접 바이올린 연주도 하시고 노래도 잘 하시고.
연기도 캐릭터 표현력이 좋으셔서 눈길이 갔습니다.

전체적으로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서 멋지게 잘 연출되었다고 봅니다. 잘 봤습니다.

노배우의 열연
감동적이어라~

유명한 작품을 유명한 배우들이 유명한 연출가와 함께 무대에 올린다고 해서 정말 기대를 많이 했다.

베니스의 풍광처럼 느껴지도록 운하위로 떠다니는 배가 있던 무대는 인상적이였다.

하지만 무대 우측 위편으로 자리잡은 악단은- 그리고 악단의 음악은 - 극과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지지 않아서 오히려 극에 집중을 방해가 된 것 같다. 흥겨운 바이얼린 멜로디의 축제분위기 연출 보다는 시끄러움이 더 컸고, 3인의 광대들도 음정이나 발음이 관객에게 얼마나 전달되었을지 모르겠다. 랩, 그리고 인정머리 없는 샤일록에 대한 원망을 담아낸 샤우팅 "샤일록!", 감동이 없던 주인공들의 노래.... 이번 극의 음악은 솔직히, 별로였다.

기본적으로 희극이겠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히고자 했던 의도가 대배우들의 강렬함, 원작의 내용들과 조금씩 엇갈려서 실망을 안겨주었다

또한 포샤의 결혼을 위한 세가지 상자 이야기는 극의 재미를 위해서였겠지만 충분히 의미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샤일록의 독백들을 통해서 예전에는 몰랐던 샤일록의 애환(?) 을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번 극 자체도 그런 샤일록에 대한 연민을 조장한다거나 그런 의도는 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베니스의 상인을 접하면서 샤일록이 불쌍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은 나에게 특별했다.

오현경씨의 노익장은 존경할 만 했으나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조금씩 실망스러웠다. 모두들 완전히 몰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찾아볼 수 없었고, 간혹가다가 대사를 까먹거나 혀가 꼬인다거나.. 하는 자잘한 실수들이 눈에 띄었다.

명동예술극장은 새로 리모델링을 해서 깔끔하고 환했다.
그런데, 너무 비좁았다. 기둥 바로 옆에 있는 좌석에 앉으려면 기둥을 얼싸앉고 가파를 경사로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했다. 그건 기둥이 있는 좌석 열 전부에 해당되는 얘기였고, 그냥 불편함 정도가 아니라 "위험성" 으로 기억된다.

층층마다 자판기가 한대 없었고, 공연의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절전 때문인지 4층까지의 객석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았다.

훌륭한 공연을 보기 위한 설레이는 맘으로 공연장의 불편함 정도 감수할 수 있었겠지만
기대가 너무 커서였는지, 극 자체에 대한 아쉬움과 극장의 불편함이 더해지니 그냥 지나치게 되지 않는다.

신년을 맞아 친구들을 불러모아 함께 본 연극이었는데.. 원래 계획대로 부모님을 모시고 봤으면 조금 더 죄송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셰익스피어와 오현경,, 그리고 윤석화
2010년 내게온 최고의 선물!!
저는 고전이 고전인지도 모르고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제목만 보았던
단순무식한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나이 서른줄에 접어들어 아직도
예술과 문화를 모르는 것이 챙피하여
친구들과 베니스의 상인을 예매하고
서점으로 가서 책을 샀습니다.
너무 재미있었구요, 셰익스피어의 대본을 읽으면서
피식웃는 내모습에 나도 놀래서
어라! 이거 재미있는 걸~
이렇게 서점 '연극'코너에서 두시간을
셰익스피어에 대해, 연극에 대해 읽어내려갔네요.
저 원래 그런 사람 아닌데,,,
셰익스피어가 18살에 8살 연상의 여인과 결혼했다는 것,,
아들을 잃었다는 것,, 아버지를 잃고 햄릿을 썼다는 것,,
평생 37편의 작품을 쓴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극대본을 본다는 것이 나에게 참 많은 상상의 기회를 주는
일이구나,,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베니스의 상인을 보기위해서
고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아직 포샤같은 여자가 되고싶다~~~라는
조악한 수준의 감상밖에는 못하지만,,
이미 남들이 해놓은 종교, 사회적 비평들을 흉내내지 않고
나 스스로 느끼고 평가해보겠다는 다짐을 해보면서
다음번 연극은 뭘 볼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연극비는 뽑은것 같은데요^^
아무튼 너무 재미있게 너무 알차게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