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감상하고
오래만에 독주회를 ...

백혜선 피아니스트가 서울음대 교수 시절 기숙사 행정동 건물에서 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결혼해서 우리 아이가 나오기 전 별로 내켜하지 않은 와이프를 데리고 낙성대에서 마을버스 타고 처음 본 백혜선 선생님의 공연이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아기 코끼리 동화로 유명한 Barbar 일러스트레이션과 곁들여 해설이 있는 개성 있는 콘서트였습니다.

그 이후 좀처럼 직접 공연을 보지 못하는데 정작 뉴페이스 손열음 연주를 직관하게 되는 등 Out of Sight, Out of Mind 되어가던 중 이번 연주시리즈 중 유일하게 서울에서 하는 공연인지라 공연장소인 노원문화예술회관도 안 가본 데지만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예술의 전당 등 무겁게 느껴지지 않아 오히려 너무 마음을 놔서 시간 계산을 잘못하여 5분여 늦게 도착하는 최악의 결례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만 첫 곡 해설 타임 때 간신히 다른 빈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지정한 좌석은 맨 앞줄 우측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인터미션까지 옮기지 않고 처음 앉은 자리에서 백혜선 피아니스트의 건반을 치는 손의 움직임을 잘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인터미션 후 원래 지정한 자리에서는 건반과 손은 안 보였지만, 바로 눈 앞에서 연주자의 감정이 변화하는 얼굴을 연주곡과 같이 감상할 수 있는 첫 경험도 가졌습니다.

연주 후 준비하신 앵콜곡이 생각보다 적다고 느낀 것도 잠시 예술의 전당에서나 보던 사인회가 그리 소란스럽지 않지만 도란도란 열려 귀가하려던 발길을 돌려 사인회 맨 뒷줄에 서서 백혜선 선생님께 뭐라 말씀드릴까 생각하니 금방 선생님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백혜선 피아니스트와 가장 거리가 좁혀지지까지 약 15년이 걸렸고, 당신은 여전히 내가 항상 응원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