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의자 몇 개 놓여있고 배우 네 명이 자리를 바꿔앉을 뿐인데 다양한 장소와 시간으로 이동하는 순간들이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그 상황들이 겹치면서 전환될 때가 특이하면서도 자연스러워서 감탄했어요. 연극에서만 가능한 순간 같아 좋았습니다. 같이 본 친구도 인물들이 개성 있으면서도 공감할 수 있었다고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결말까지 보고 나니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하네요.
지난주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연극 <스푸트니크>를 관람했다.
신명균 배우가 연기하는 남자는 공공연히 밝힐 수 없는 물건을 파는 세일즈맨이다.
극 속의 등장인물 중에 분쟁지역의 군인과 난민이 등장하는 걸로 미루어보아 무기판매상일 것이다.
잦은 해외출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라는 의미인지 회사는 그에게 심리상담을 받아보라고 했다.
문현정 배우가 연기하는 여자는 심리상담사다.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각자의 차트를 작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피상담자들에게 별 관심은 없다.
그녀가 들어가고 싶어하는 직장은 연구소라서 이곳 심리상담소는 그녀에게 있어서 거쳐가는 관문일 뿐이다.
김세환 배우가 연기하는 남자는 분쟁국가에 파견나가 있는 군인이다.
그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전쟁을 좋아해서도 아니고 특별히 애국심이 강해서도 아니다.
돈 때문이다. 돈을 모아서 카페를 차리는 것이 그의 꿈이다.
신사랑 배우가 연기하는 여자는 난민이다.
동생의 게임기를 팔아서 피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물건을 샀다.
고국을 떠난 그녀에겐 안정하고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고향이 필요하다.
무대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가 십여 개 놓여져 있다.
두 명의 배우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신명균 배우와 문현정 배우가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장면과
김세환 배우와 신사랑 배우가 난민촌 경계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주를 이루고
신명균 배우와 신사랑 배우가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기 전후의 장면과
문현정 배우가 김세환 배우가 운전하는 택시를 이용하는 장면이 추가된다.
김세환 배우가 연기한 군인과 택시운전사나
신명균 배우가 연기한 샐러리맨과 우버기사가 동일인물인지 1인 2역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이 연극은 시공간이 중첩하고 교차하는 일종의 무질서함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두 배우가 연기한 배역들은 동일인물의 과거와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각 인물들이 독백을 하는 장면은 없고 꼭 두 배우가 짝을 이루어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언제나 외롭고 고독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둘씩 짝을 이루어 대사가 오갔지만
셀러리맨 남자는 하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서
이젠 자신의 집이 어디였는지도 헷갈리고 그걸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 하는 회의를 느끼고 있고
심리상담사 여자는 일하고 싶은 준거집단이 다른 곳에 있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군인 남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상황에 따라서는 총으로 사람을 쏴야 하는 무거운 무게감의 일을 하고 있으며
피난민 여자는 고향을 버리고 떠도는 피난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어딘가에 정착을 하고 싶어한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지구 둘레를 맴돌았을 스푸트니크처럼 이들은 방황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2호는 돌아오지 못했지만 스푸트니크 5호는 무사히 돌아왔다.
방황을 끝맺고 지구로 돌아가는 스푸트니크 5호처럼 이들의 무사귀환을 응원한다.
둥근 창문으로 무얼 보고 있나요?
너무 재밌었다. 시간의 순서가 뒤죽박죽이었는데 그걸 따라가고 싶게끔 만드는 배우분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시간의 순서가 뒤죽박죽이었기에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순서대로 했다면 난민소녀가 왜 닌텐도를 그렇게 지키고 싶어했는지 알 수 없었을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연극배우가 아닌 그 사람같이 보였다. 세밀하게 달라지는 말의 뉘앙스들과 적대적이었던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친밀해지는 과정등등 모든 게 현실의 사람들같이 보였다.
무기를 팔고 불신하는 회사원과 이 선 넘어가면 나 쏠 거야? 비굴하지만 희망차고 기분상하면 티나는 난민소녀. 매뉴얼만 따르는 심리상담가. 집으로 돌아갈 날만 세는 군인. 모두 좋았다.
둥근창문으로 최초로 지구를 보며 우주로 날아간 라이카와
이 등장인물들. 또 둥근창문으로 다른 이상을 바라보는 나. 모두 동일하게 느껴졌다.
이 연극은 현재지금여기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연극을 보며 난민소녀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됬다ㅠㅠ 지금 여기를 살아가라는 것도 어딜가도 똑같다는 것도 잔인한 말이었지만 잔인하게 들리진 않았다. 그냥 그랬다.
후기쓰니까 또 보고 싶다............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연극 같습니다. 우리가 봐오던 모든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이 정말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내 믿음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줍니다. 또한, 우리가 기사나 미디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하는 사람들도 꼭 우리처럼 생각하고 느끼며 이 세상에 함께하고 있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연극은 아주 자연스럽게 알려줍니다.
''믿음의 기원2''의 스핀오프다운 것 같습니다. 다만, ''믿음의 기원2'' 의 맥락과 흐름을 파악하기 다소 벅찼던관객들을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스푸트니크''는 더 간결하고 선명한 형태로 친절하게 관객에게 다가와줍니다.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닿게하기 위한 상상만발극장의 진심이자 배려처럼 느껴졌습니다. 또한 배우분들의 연기가 너무 출중하셔서 이렇다할 갈등과 사건 없이도 계속해서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연기, 연출 둘 다 맛집입니다.
같이 보러간 친구는 눈물을 흘리는 것이 너무 위선인 것 같아 흘리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을 모든 라이카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연극을, 더 많은 분들이 보시고 각자만의 무언가를 남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연극 만들어주신 연출, 배우, 스텝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혼자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멋인 것 같은 요즘이다.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은 혼자이지만
이것이 자의가 아니고 타의일 경우
그 때 혼자인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
스푸트니크 2호의 라이카처럼 타의로 인해 주변인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보자.
주변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건 결국 나 자신 아닐까?
그래서 극의 마지막 대사가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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