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에서 ‘2010 SCF –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의 정수, 바이올리니스트 엔리코 가티 독주회’를 예매하였다. 익숙하지 않은 것, 잘 모르는 것을 하기 전에는 최소한의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엔리코 가티 선새엥 대해 알아보니 헤이그 왕립 음악원 교수에 여러 나라에서 음반을 내고 유럽지역의 다양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었다.
공연 당일 세종문화회관의 세종체임버 홀에 들어섰다. 넓은데도 아담하게 느껴지는 건 실내 전체가 나무로 되어 있어서일 것이다. 방송으로 홀의 과학적 설계와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들으며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실내를 환하게 비추던 등불이 꺼지는 게 느껴졌다. 눈을 떠보니 홀 중앙에 엔리코 가티라 짐작되는 선생과 협연을 하는 구미코 시바사키라는 일본인 연주자로 생각되는 여선생이 있었다. 곡을 시작하기 전에 소개를 했고, 맑게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 예매할 때 보았던 사진보다 훨씬 인상이 좋아 보이는 사람이라 느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협연이 시작되었다. 첫 실황 클래식을 들으며 교양 수업이나 집에서 관심을 갖고 들었던 클래식 음악이 스쳐 지나갔다. 외관을 보았을 때 피아노라 생각하였는데 음색이 영화 파리넬리에서 카스타토인 파리넬리의 형이 어릴 적에 연주한 고전악기 하프시코드가 생각났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감상하였고, 첫 클래식이어선지 졸다가 1부가 끝났다.
생수 한 모금을 마시고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전날 온 비가 하늘을 맑게 하였고 맑아진 머리로 홀에 다시 들어섰다. 1부 다섯 곡 2부 세 곡으로 2부의 구성이 짧았다. 넓게 퍼지는 음악을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홀을 구성하는 나무가 하나의 거대한 악기로 작용한다고 느껴졌다. 세 곡은 금세 지나갔고 끝나는 아쉬움에 많은 사람들이 열성적으로 박수 쳤다. 선생과 여인의 설왕설래, 뭐하나 했더니 두 곡의 앙코르 송을 이었다. 2부까지의 경직된 마음가짐이 설왕설래하는 연주자의 모습으로 풀어져 앙코르 송을 더욱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세종체임버 홀을 나와 바람이 세게 부는 거리에 서서 벽에 장식된 가티 선생의 흑백 포스터를 보았다. 실제 선생의 맑은 모습과 달리 디지털로 표현된 굳은 표정의 사진은 정적과 긴장의 산물이라는 건조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다음에 다시 한다면 좀 더 자연스러운 포스터를 내걸었으면 좋겠지 싶다.

기분좋게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