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주전에 남자친구랑 보고 온 승무이야기

이제서야 후기를 쓰네요

전통 무용을 작은 소극장에서 만나 너무 기뻤습니다

한국 전통 무용을 좀처럼 접하기 쉽지 않은데...

승무춤은 저에겐 다소 난해 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가야금이 너무 좋았답니다

작은 무대지만 그래서 더 가까이 할수있었던 시간

좋은 무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단 한영숙류에 포함된 살풀이 춤과 성금연류의 가야금산조, 그리고 한영숙류의 승무로 이어지는 큰 무대인 이번 공연은 살풀이 춤과 가야금산조는 굉장히 절제된 느낌이지만 그 나름의 감동이 있는 무대였고 승무는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고운 선과 부드러움 보다는 역동적이고 기개 넘치는 무용이었습니다. 나름 공연을 보러 갈때지는 이런 전통예술도 이해할 만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가지고 갔지만 생각보다 전통예술은 어려운 것이더군요. 다행히 공연 후에 공연하신 분들께서 각자 하신 작품에 대한 설명과 전통예술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좋은 참고가 된 것 같아요..ㅎㅎ 주변분들은 다들 조예가 깊으신지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정말 새삼 전통예술의 아름다움과 그 맛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좋은 계기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다들 관심있으시면 보러다녀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철진 선생님의 승무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고 좋아보이더라고요..^^

석가탄신일에 엄마랑 대학로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성균소극장, 이름을 보아하니 성균관대 앞인가보다- 하고 나선 길,
덥고 맑은 날, 잘 찾아서 간 그곳은 혹자의 말대로 정말 '안방같은' 극장이었어요.
덕분에 아늑한 소극장에서 코앞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어요.

요즘은 '해설' 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예전에는 지루하고 얼른 시작하지 뭘 그런걸 하나 했는데 요즘은 해설이 있음으로 무대와 관객이 얼마나 더 가까워질 수 있는지, 얼마나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 깨달아요. . 아는만큼 보인다' 가 아는만큼 들린다' 가 되고 아마 다른 부분에서도 그렇겠죠? 승무이야기의 공연에도 시작전후, 사이사이에 해설이 있었는데 어려울 수 있는 우리 문화를 차근차근 잘 풀어 이야기 해주어 덕분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어요..

첫 시작은 [살풀이] 액운을 내쫓는다는 춤,
세가지 류가 있는데 그 중 단순하고 정갈하다 평을 받는 한영숙류의 춤입니다..
정말 단순해서 저 긴 호흡을 유지하기가 참으로 힘이 들겠구나 싶었고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대화의 시간에서도 같은 얘기가 오갔을 정도로 '단순해서 어려운 춤이구나' 했어요.
음식으로 치자면 백김치같다고 하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다만 소극장에서 하는 공연이니 큰 무대에서처럼 과장된 화장이 아니어도 좋았을텐데.. 싶었구요;

두번째는 가야금산조였는데 유명한 성금연류 가야금산조였습니다.
한 시대를 통채로 그녀의 팬으로 만들어버릴만큼 그 인기가 대단하여
다른 류파가 연주되는 일이 적어질 정도로 한참을 성금연류의 가락만 탔다 하는데
검색을 해보니 74년에 이민을 가서 죽을 때까지 하와이에서 거주했다 하니 참.. 안타까운 일이예요.
여튼, 거문고를 좋아하는 1人으로 가야금 연주라하여 살짝 아쉬워했는데 바로 앞에서 보는 퓨전아닌, 산조연주는 생각외로 좋았어요. 그 음색과 테크닉이 하프를 연상케하고 잠시 과거로 돌아가 상상하며 우리나라에 얼마나 재인이 많았을까- 아쉬워하기도 하고, 서양음악과 달리 광범위하고 자유로운 음역에 새로이 경외감도 들었구요. 다만 튕기는 현악기의 특성상 손이 조금이라도 스칠경우 나는 음들이라든지 괴팍하거나 짧은 울림등이 아쉬웠으니 그런 느낌을 갖는 것 자체가 '아.. 내가 애정이 있구나' 싶었어요.

세번째는 드디어 공연의 꽃, 승무!
이 역시 한영숙류 춤이었는데 이 모든 정리와 시작은 그녀의 조부인 한성준 씨라 합니다. 스스로도 승무의 대가였다 하더군요.
호남지방의 승무로는 이매방류가 있는데 여성적인 승무라고 평한다면
한영숙류 승무는 남성적이어 선과 흐름이 곧아 대나무에 비유된다 해요.
잘 추어지지 않는 완무로 그 길이가 40분이라 하는데 다 보고 해설자가 나와 얘기해주기 전까지 전혀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폭 빠져들어 감상했어요.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갔을 줄이야!
남자가 추는 승무. 고운 느낌하고는 다를 꺼라 예상했지만 힘이 느껴지고 단단하면서 엄격한 느낌.
추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집중하고 몰입하여 굉장히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었고
흐르는 땀속에서 절제된 호흡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이 담긴 몸짓인가를 느낄 수 있어 감동적이었습니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점 두가지,

대학로의 많은 소극장이 그렇지만 극장이 지하에 있으면 최대관건은 절대적으로 '환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번 공연 특히나 몸을 쓰는 공연이기때문에 공연하는 사람을 위해서나 관객을 위해서나 꼭 신경써야합니다.
어두운 곳에 적은 조명으로 무대를 꾸민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매우 훌륭한 아이디어이나
덕분에 뽀얗게 보이기까지 하는 밀도있는 먼지들이 시각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공연장에 입장하면서부터 페인트 냄새와 섞여 바로 느껴지고 나쁜 공기는 공연 후에 나와서까지 목에 심한 타격을 입힐정도입니다.개선된다면 더욱 좋은 공연이 될꺼예요.

또 한가지,
두 줄있는 관객석 뒷쪽으로 작은 사무실같은 공간이 있는데 아마 조명을 조절하는 곳인가봅니다.
옛날 영사기 돌리는 곳처럼 환히 불이 켜있는데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감안한다고 치고
공연 내내 소란스러워 사실 관람하기에 정말 방해가 되요. 다른 좋은 방법이 있기를..

첫공연이라 약간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새로 단장한 페인트 냄새가 나서 공연시작 전에는 괜찮을가 걱정했지만 막상 공연이 사작되자 모든것을 잊고 빠져들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순서인 살풀이40분 완판공연은 정말 함께 호흡하듯 감상하며 40분이란 시간을 잊도록 만들더라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