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파우스트는 보편적으로 많이 다루어지기 힘든 고전문학인데도 불구하고
참신하고 신선하게 연출해낸 인형극이었던듯.....
음 인간의 고통은 순환된다는것을
뭐.............사이클..을(순환구조) 강조하시던 연출가님.

유익한 공연이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극 시작부터 무대안(옆)에서 담배를 피시는 배우분.
좀 우리나라에선 이해하기 힘든 행동? 이었고,
외국어라 자막과 대사도 안 맞아서 좀 신경이 쓰였던점.
앞자리 보조방석분들로 인해 자막이 잘 안보였던 점.
앞으로 더 신경써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파우스트]는 그 줄거리만 알지 원작을 읽어보진 않았다. (그 유명한 고전을 아직도!;) 그러던 차에 연극올림픽에서, 그것도 Georgia 조지아/그루지야 극단이 무대에 올린다고 하니 왠지 궁금해졌다. 순전히 지난 여름 그곳에 다녀왔기에, 또 그곳에서 공연을 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리라-



팜플렛을 통해 인형극 형식을 이용하리라는 건 알았지만, 원작 [파우스트]의 틀에서 벗어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인물과 설정만 가져온 채 나머지는 사실상 창작이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텔레스가 등장하고 그들 사이에 모종의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 외엔 딱히 원작과의 접점을 찾기 어려웠는데, 아마도 텍스트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작품을 이해하고, 내가 느낀 부분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분명한 점은 원작의 이해를 전제로 하는 무대는 뒤집어 생각하면 결국 원작을 이해하지 못한 관객은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만약 내 단편적인 이해처럼 인물과 설정 이외의 연결고리는 없었다 해도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대체 연출자가 각색과 창작으로 채워넣은 그 여백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로선 짐작하기 어려웠으니..



극중 파우스트는 매일 꿈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사는 노인의 모습으로 나온다. 사실 그가 파우스트라는 것도 스스로 그렇게 주장하기 때문이지 - 그 노인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로 의사의 관찰을 받는 대상이다 - 그 주장에 어떤 신빙성은 없다. 치매 혹은 단기기억상실처럼 기억을 잃고 때로는 자신의 존재조차 망각할 뿐만 아니라 매번 그 꿈에서 비극적 삶을 반복하는 인물을 통해 연출은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을까? 그 의문에 답을 얻는다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될 것 같다. 어쩌면 그 부분에 이 작품의 핵심이 담겨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그런 상상도 해본다. 인간은 다 그렇게 착각과 환상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사는 게 아닐까.. 허무하게 끝나버릴 걸 알면서도 - 혹은 그조차 모른 채 - 끝없이 반복될 꿈을 헤매고 또 헤매는 게 인간의 숙명은 아닌지.. 극적 최후를 맞았던 파우스트의 삶보다 더 비극적인 건 바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아닌가, 하는 그런 상상..?



인형극 형식은 국내 연극 문대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 아니라 - 적어도 내가 지금껏 즐겨 봤던 작품에선 그랬다; - 신기하면서도 그 의미나 효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실제 배우가 연기를 하든 아니면 인형이 대신 하든 어쨌든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한다면 만사 OK 아닐까? 결국 이건 효율성과 적합성의 문제다. 그 작품을 표현하는데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지, 관객과의 교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보다 더 친밀하고 성공적인 접근을 가능케 하는지를 가늠해 선택하고 결정할 부분. 다양한 형식과 방식을 섭렵하고 이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시도는 분명 유의미하다. 잘 쓰면 효과만점이니 때로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듯 배우 뺨치는 위력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까.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파우스트]에서 활용한 인형극은 꽤 성공적이다. 사람이라면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 극적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대목들이 인형이기 때문에 가능했고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그 꿈 속에서 자신의 존재 제차가 변화하는 부분을 만약 배우가 실제로 연기했다면 너무 난해했거나 반대로 심하게 엉성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통적 양식의 정극이 아닐 뿐더러 그 배경과 이야기 또한 몽환적이고 그로테스크했던 만큼 배우와 인형의 결합은 어쩌면 선택적인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당위였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한 시도나 접근은 높이 평가할만 대목이다.





이런 호평에도 불구하고 별점을 깎아먹은 것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게 반의 책임이 있고 나머지 반은 관람여건을 최적화하지 못한 주최측에게 있다 감히 말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정식 객석을 초과해 무대 앞부분까지 방석을 배치해 보조석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객석 앞줄에 앉은 나는 보조석 관객들 머리통에 가려 자막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럴 거면 애당초 자막 스크린을 무대 뒤편이나 위쪽에 별도의 영역을 만들어 보여주던가 해야지 이건 관객 엿먹이는 것도 아니고 뭐하자는 플레이? (너만 그런 거다, 뒷좌석 관객은 괜찮았다 말하면 딱히 할 말은 없겠지만.. 그러고 싶을까? )



외국 공연인 만큼 자막은 필수다. 게다가 원작과는 사뭇 다른 창작극 수준의 작품을 보는 관객에게 자막에의 접근을 제한하는 상황을 조성하는 건 중대한 결격사유다. 그렇다고 뒤의 사정은 알지도 못한 채 잘 보고 있는 앞 관객에게 머리 좀 치우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부디 객석 꽉 채우려는 욕심 때문에 똑같이 입장료 내고 들어온 다른 관객 엿 먹이는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정도도 예상하지 못했다면 준비소홀이고, 알면서도 강행했다면 관객무시다. 입장료 환불해달라 해도 할 말이 없는 처사를 해놓고 공연 잘 끝냈다며 자축한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감히 충고하건데, 그런 무능력 또는 오만도 자꾸하면 습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