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로맨스 코미디 쪽만 보다가 살인, 폭력과 같은 어두운 주제의 연극은 처음이었는데 50분이란 짧은 시간동안 몰입감과 실시간으로 바뀌는 표정 연기들에 압도되서 정말 숨죽이고 봤습니다. 약간의 웃음포인트도 있어 마냥 어두운 분위기도 아니고, 오랜만에 보는 연극이었는데 좋은 에너지 얻고 갑니다.
배우분들의 열연이 정말 대단합니다. 공연 기간이 짧아 너무 아쉽네요.

극중 시간대는 설 연휴 전날 저녁 즈음이다. 이 연극이 1월 23일 설 연휴에 시작했고, 극중 시간대와 비슷한 저녁 8시 공연을 올리는 건 연극의 관습이지만 관객에게 요구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단순히 홍보이나 작의적 선택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작품의 배경을 설 전날 저녁으로 선택한 이유는 손님과 전화로 벌이는 실랑이 때문도 아니고, 설 연휴라는 북적이는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아닌 것이다. 전화가 울린다. 상대방은 말이 없는데, 그녀는 단박에 오래 전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어머니의 전화라는 걸 알아차린다. 그러니까 설이란, 그럼에도 가족이 그리운 날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어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죽인 것이나 진배없다고 믿었던 전화가 오면서 설이라는 의미가 확 퍼진다. 그래서 아버지는 살 것인가, 살아야 할 것인가.

애써 행복한 결말로 이어가자면 아버지의 존재는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닌 껍데기에 지나지 않으므로 구태여 죽일 이유가 사라졌을 수도 있다. 평생을 시달렸는데 그게 가능할까, 그녀 자신을 위해서 그랬으면 좋겠다.

가족이라는 질긴 끈, 생과 사가 오가는 와중에 희생이 이어지는 기미가 보이는 결말은 신파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2인극이 ''가족이라는 굴레''만 로는 해석할 수 없는 이유는 극단 뚱딴지의 내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딸 역할을 박세화 배우 만큼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목욕탕이라는 연극에서 보기 힘든 장소 선택과 2인극 그리고 단막극이 만들어낸 압축된 연극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으며 아버지를 죽이고 싶으나 죽이지 못하고 그리고 죽이고 싶어하는게 맞는지 의문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내년으로 미루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진 않았지만 여운이 남네요

50분 단막극이자 2인극인 <나는 오늘 그 사람을 죽인다>보고 왔습니다. 설날 전날 한 대중목욕탕 여주인은 설날연휴에 목욕탕영업을 쉰다는 안내를 전화오는 손님에게 전합니다. 이 전화는 연극 내내 그녀의 계획을 틀어지게 만드는데, 사실 그녀가 계획대로 하고 싶지 않은 어떤 무의식의 발로일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데, 그 뒷수발을 하는데 7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녀는 오늘 그가 마치 목욕탕에서 사고사가 난 듯 죽이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목욕탕 바닥에 미끄러지거나 물에 빠지라고 종용합니다. 50분의 실랑이 사이 사이에 그녀가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연들이 불쑥 불쑥 드러납니다.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 그리고 잠깐 잠깐 정신이 돌아온 아버지의 폭언이 그녀를 벼랑끝으로 몰지만 그녀는 그 관계에서 벗어나지도 떨어지지도 못합니다. 그녀의 절규와 두려움을 관객이 그대로 느끼면서 연극이 진행되어서 50분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자꾸 틀어지는 계획에 관객도 함께 실망인지 안도인지 모를 감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단순한 서사에 복잡한 감정을 담은 연극입니다. 오늘 관람하신 관객분들 중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었는데요, 그만큼 극에 대한 느낌의 간극이 큰 연극인거 같아요:)

단막극 50분안에 연기도 인상깊고 메세지가 있는 공연 이었습니다.

화목하지 않은 가정폭력이을 겪은 집안은 불행하게 되고 결과는 암울하네요....

무영역의 박세화님의 연기는 정말 리얼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