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대를 많이 했었나봅니다. 아쉽네요

재관람하였습니다. 첫공에 이어 여전히 자잘한 실수들이 있었구요. 그래도 이미 봤던 극이라 스토리 전개가 덜 당황스럽게 느껴졌지만, 처음 보거나 한번만 보고 말 관객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일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여전합니다. 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이 공연을 볼 해외팬들은 역사적 배경 지식도 없을텐데 이 극만 보고 내용이 이해가 갈지 모르겠구요. 배우들 모두에게 두루두루 넘버를 부를 기회를 준 것은 좋았으나, 그래도 이야기에 개연성이 있어야 캐릭터가 더 이해되고, 그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도 더 빛날 수 있지 않을까요? 첫공과는 다른 배우분이 연기하는 양녕을 보았는데, 캐릭터 해석이 완전히 다른 것 같아서 흥미로웠습니다. 첫공 때의 양녕이 정말 강력한 적장자고 광기어린 양녕대군이었다면, 이번 회차의 양녕은 원래는 좋은 청년이었으나 자리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서 내몰린 유약한 비운의 왕자 느낌이 나서, 스토리 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을 캐릭터 성격으로 설득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리와의 로맨스 부분도 풋풋한 첫사랑 느낌이 났네요(다른 이의 첩을 빼앗은 사건을 그렇게 봐도 될지 모르겠지만요). 다만 클라이막스의 광기 표출은 첫공의 양녕이 좀 더 설득력있게 느껴졌어요. 두 분의 양녕대군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극의 재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충녕 역의 배우분이 첫공 때 보다 훨씬 발전한 모습을 보여 놀랐습니다. 앙녕과의 대립 부분에서 좀 더 힘있어졌고, 연기의 디테일도 더 나아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첫공때보다 많이 편안해졌단 느낌이었고, 본인 연기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단 느낌이었습니다. 서울 공연 때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을 꿈꾸는 소년 같은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자신의 처지를 자조하기도 하고, 형에게 대들기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우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대비가 확실해서 역할을 잘 살리는 느낌이었어요. 목소리도 좋았고, 막내 왕자 역에도 어울렸단 느낌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다시피 스토리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영상 송출 문제 때문에 가뜩이나 몰입이 힘들었는데 이야기가 계속 끊기는 느낌이더군요. 하지만 배우분들이 정말 열연해주셨고, 좋은 넘버들이 있어서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습니다. 첫공은 양녕 배우분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양녕이 세자 자리의 중압감을 느끼고 차차 엇나가게 되는 계기가 부족해보여서 캐릭터에 이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양녕 배우분의 강한 연기가 극 전반을 재밌게 이끌어준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거기에 태종, 중전 배우분들도 훌륭하게 대립각을 맞춰가며 극의 긴장감을 만들어갔구요. 그런 가운데서도 묻히지 않고 밸런스를 잡아준 효령 배우분도 굉장히 수고하셨단 느낌이고, 충녕 역할 배우분의 힘 있으면서도 맑고 청아한 노래가 좋았습니다.

극이 너무 엉성합니다. 넘버는 대체적으로 잘 붙고, 또 개별적 서사를 담아서 좋았으나 이를 다 살리려다 지나치게 길어진 감이 있어요. 캐릭터의 역할이 애매한 경우도 있고, 전체 서사적 측면에서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완결성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날도 어김없이 영상 음향 문제. 첫공만큼 심각하지 않았대도 여전히 보이는 알 수 없는 숫자들과, 덜 잡힌 음향. 그래도 알아들을 수준은 되어서 첫 넘버 단체곡 가사가 들리는 그 자체가 감동적이었네요. 아마 앞쪽 영상은 오류로 안 쓰신 거겠죠, 처음 끝 극 이름도 안 나온 걸 보니.
서울에서 본공 할 때는 많이 고쳐지길 바랍니다.

많이들 써주셨지만, 첫공 영상과 음향은 심각할 정도여서 극에 대한 판단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영상은 콘솔 화면이 두 차례인가 나와서, 수정하다가 맥북 기본 오렌지 배경화면까지 보게 되었고요.
음향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를 알아듣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 대사는 집중하면 들렸지만, 두 명 이상이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어서 한국인인데 영어 자막을 보고 따라갔던...
극에 대해서도 사실 할 말이 많지만, 사고만으로도 최악의 수준인데 사과문으로 끝내버린 게 많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