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이런식의 카피에 매료되어
정보도 없이 그냥 질렀던 공연이네요...
주변에서 하이너 괴벨스나 힐리어드 앙상블에 대한 찬사가 자자하여~
의심없이 보러갔으나.. 흑흑

좀 힘들었습니다!!
아직 저의 예술소양이 거기까진 아닌가 보아요!!

이런 새로운 공연도 있구나...라는 경험으로 만족한 공연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는 쭈욱 되었음 합니다!!

힐리어드 앙상블.. 말로만 듣고 언론을 통해서만 들었던 그 무대는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짧고 축약된 공연속에서 그 감동은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4명의 연기자들의 무대는 관객을 압도했고, 한순가도 눈을 돌릴 틈이 없었습니다.
특히, 3장의 여운이 남는 그 무대..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것 같습니다.
언제 다시볼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그 무대의 감동을 느끼고 싶습니다.

하이너 괴벨스 Heiner Goebbels/ 힐리어드 앙상블 The Hilliard Ensemble (중세 음악 전문 성악 콰르텟)



이름만큼 특이한 연출 형식을 보여준 괴벨스와,

4인이 부르는 하나의 성조, 폴리포니가 주는 성가의 침울한 분위기.


중년의 성악가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부르는 음악극.

세련되면서도 특이한 연극무대. 연극장치의 변경 과정을 보여준다. 마치 그 장면마저 하나의 극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음악극은 4개의 텍스트를 기조로 한다.

1막: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 T.S. 엘리엇

2막: 낮의 광기 / 모리스 블랑쇼

3막: 산으로 가는 소풍/ 프란츠 카프카

4막: Worstward Ho / 사무엘 베케트





1막

장년층의 4명의 남자가 지루할 정도로, 짐을 쌌다가 다시 짐을 푸르고, 다시 짐을 싼다. 어디론가 떠난다고 말하지만 주저한다. 1분간에도 결정을 변경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그는 시작이 두렵다. 밖에는 여자들이 수다를 떨고 있다.

"나는 커피 스푼으로 내 삶을 덜어냈다"



2막

길가에 벽돌집이 한 채 있다. 그 집 맞은 편에는 큰 나무가 한 그루 서있는 것 같다. 벽돌집 그림자는 나무 모양이지만, 잎은 다 떨어지고 없다. 저녁에 5번가 등이 켜진다.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린다. 아침이 되면 새가 나뭇가지에서 날아가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2층의 노인은 건강하다고, 행복하다고 한다. 하지만 굉폭한 소음에 놀라 어쩔 줄 모른다.

옆 방의 소설가는 재능이 있다고, 전화기 목소리의 천사가 말한다. 그는 어둠의 천사다. 소설가는 가난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아랫층에서 술을 마시며, 전등 불 아래서 서 있는 남자. 그는 개성이 없다.

일층 옆에서 무선기로 무언가를 호출하는 그. 그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모두 했지만, 그들은 그에게 도입부가 끝났으니, 본론을 말하라고 한다.

이야기. 그는 더이상 이야기 하지 않기로 한다.



3막

(아주 짧다. 평론가 리처드 모리슨은 하나의 간주곡 같다고 했다.) 4명의 남자가 모여 노래 부르고나서 서로 갈길을 간다. 산으로 가는 소풍에는 Nobody와 함께 한다. (사실은 노바디는 아무도 없다는 의미지만, with nobody란 어구가 nobody 조차 하나의 body 로, 존재로 들렸다. 외로운 인간은 노바디를 데리고 산행을 감행한다)

"...나는 아무에게도 해 끼친 적이 없고, 아무도 내게 해 끼친 적이 없지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한 무리의 아무개들(nobodies)모두가 다 사실은 아니다. 오로지,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 반면, 한 무리의 아무개들이면 차라리 괜찮겠지. 나는 소풍을 정말 가고 싶다.... "



4막

(가장 인상적이었다. "계속 시도한다. 계속 실패한다. 문제가 아니다. 다시 도전하고, 다시 실패한다. 더 멋지게 실패한다."로 끝나는 자막이 흐른 뒤, 극 도중에는 아무런 자막을 보여주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끝을 상상하게 하는 연출방식을 선보인다. )



붉은 빛의 호텔 방. 더블베드 싸이드에 켜진 등 두개, 서있는 남자들. 죽음을 기다리는 듯. 그들은 한 명씩 창가로 가서 신의 목소리를 닮은 듯한 음성으로 노래 부른다. 그리고 영사기에 젊은 날의 기억을 켠다. 엄마와 함께 보낸 어린날의 파편이 기억의 상자에 담긴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던, 허벅지만 남았을지 모르는 기억의 상자가 켜진다. ... 사랑하는 두 연인이 바다에서 서로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바다 사진. 그러다 바다에 물결이 인다. 바다는 원양에서부터, 인근해로, 그리고 모래 밭으로 물결을 보낸다. 모래에 닿은 물결은 다시 비겁한 포즈로 , 약하게 , 남들이 모르게 살짝 다시 뒤로 물러난다. 우리도 바다에서 왔다가, 지상으로 스며들었다. 파도의 힘은 점점 파리해져 갔다. 그래야 지상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래에 흔적을 지우고, 방향을 바꾼다. 다음에 몰려오는 물살과 부딪힌다. 이미 낡아버린 파도의 뒷걸음은 약한 파장만 남긴다. 기억에 상자에는 파도가 술렁인다. 그 위로 햇살이 비춘다.



이, 정의 내리기가 불가한 장르(다분히 연출가의 의도이기도 하다)에 속한 괴블스의 공연을 보고나서, 제목에서 말했던 "집"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죽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시 1막으로 가서, 어디론가 떠나고, 새롭게 출발하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죽음은 근처까지 갔지만, 들어가진 않은/ 아니 들어가지 못한 집일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흘러가고, 다시 돌아가는 바다의 물결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도하라. 실패하라. 멋지게 실패하라.

결국 우리 삶은 실패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눈물이 핑 돌았다. 잘 산다는 건, 멋지게 실패하는 것. 그것이었단 말이었나. 눈물이 핑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