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스트링> 관람 이후 기대해 왔는데 훌륭한 작품으로 완성되어 관객의 한 사람으로 뿌듯했던 공연. 현대무용은 작품소개글 만으로는 내용이해에 어려움이 있는데 리플렛에 각 부분마다 줄거리를 덧붙이면서 감상에 도움이 되었다. <실과 철>은 느리고 유장한 초입에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며 절정에는 휘몰아치듯 하다가 끝나는 것이 산조 한 곡을 귀가 아닌 몸으로 감상한 기분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독무와 더불어 기타 소리를 닮은 철현금의 음색은 짙은 여운을 남겼다. <실과 철> 베스트 신은 악기 연주가 잦아들고 완전한 침묵 속에서 무용수들이 무대를 가로지른 현 사이사이를 오고가며, 때론 줄타기처럼 두 발로 현을 누르며 온 몸으로 연기하던 장면을 꼽고 싶다.

이 공연은 세션마다 명확한 주제를 다뤘기에 공연 전후로 팜플렛을 읽어보니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보자면 이렇다. 실과 철은 여성과 남성에 대한 메타포로 그 각각의 상징성을 내포하며 개별적으로 태어났으나 악기의 일부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들은 예술을 만나 현이 되어 함께하다가 기존의 개념을 벗어난 보다 근원적이고 동일한 매개체인 몸으로 나아간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건 4장과 5장인데, 4장이 시작되면서 달궈진 금속처럼 밝게 빛나는 오렌지빛 현 위에 실과 철이 나타나고 5장에서는 실과 철이 함께해 소리 그 자체가 된다. 통통 튀거나 무대 밖에서 나타나고 위아래로 넘나들기도 하는 발칙하고 자유로운 모습이 소리의 재료가 아닌 음표로 보였다. 그러나 나는 이 공연의 클라이맥스가 8장이라 결론지었다. 죽음으로 치닫는 생명이 피우는 마지막 불꽃은 끝이 다가올수록 사그라들면서도 강력한 인상을 주는데 지금도 눈앞에 그 모습이 재현되듯 생생하다.